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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화 광산사고 광부들, 221시간 만에 ‘기적 생환’

메디아 2022. 11. 7.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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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제1공장] -전화연결

봉화 광산사고 광부들, 221시간 만에 ‘기적 생환’

- 박근형 씨 (봉화 광산사고 광부 ‘박정하’ 씨 아들)

 

 

 

 

▶ 김어준 : 지난 10월 26일 경북 봉화군 아연 채굴 광산에서 매립 사고가 있었습니다. 두 광부가 고립됐다가 221시간 만에 생환했죠. 작업반장 박정하 씨 아들 박근형 씨 연결해 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 박근형 : 예, 안녕하세요.

 

▶ 김어준 : 자, 아버님이 구출된 지 3일 차죠?

 

▷ 박근형 : 예, 그렇습니다.

 

▶ 김어준 : 현재 건강은 어떠십니까?

 

▷ 박근형 : 일단 육체적으로는 지금 많이 빨리 회복하고 계시고요. 식사도 일반식으로 같이 드시고 또 어제는 어머니하고 같이 걸어서 씻고 오시고 그런 상황이고요. 그런데 이제 어제부터 심리적인 불안감을 보이시고 계셔 가지고,

 

▶ 김어준 : 아, 그래요?

 

▷ 박근형 : 네, 주무시다가 좀 소리도 지르시고 약간 경기도 일으키시고 하셔서 어제는 의사 선생님께 말씀드렸더니 트라우마 치료제를 처방받아서 드시는 그런 상황이십니다.

 

▶ 김어준 : 오히려 구조된 지 하루 이틀째에는 그런 게 없다가 시간이 좀 지나니까 그런 기억들이 살아나시나 보죠?

 

▷ 박근형 : 예, 이제 좀 밖에 나온 게 실감이 되는지 그런 기억들이 나는 것 같아요.

 

▶ 김어준 : 언론에 보도되기는 했습니다만 아버님으로부터 직접 전해 들은 상황들이 있을 텐데, 사고 직후 그리고 구조될 때까지 굉장히 오랜 시간이 흘렀는데 처음 사고 현장 상황은 어땠답니까?

 

▷ 박근형 : 저는 이제 일하고 있다가 어머니가 우시면서 전화 와 가지고 아버지가 매몰되신 것 같다, 이렇게 말씀하셔서 부랴부랴 바로 올라왔는데 올라올 때까지도 저는 실감을 못 했어요. 아버지가 어떤 환경에서 일하시는지도 정확히 모르고 있는 상황이었고 이제 올라와서 어머니를 마주하니까 그때 실감이 되더라고요. 그래서 어머니를 부둥켜 안고 엄청 울었거든요. 그 주변 상황과 구조되고 있는 모습을 보니까 이제서야 아버지가 진짜 밑에 매몰되셨구나, 이렇게 실감을 했던 상황이었습니다.

 

▶ 김어준 : 아드님의 상황 말고요. 아버님의 상황. 그러니까 갱도가 붕괴됐잖아요. 그때부터 구조되실 때까지 아버님의 상황이 제가 궁금한 건데 그때 전해 들으신 이야기가 있으실 것 아닙니까?

 

▷ 박근형 : 아버지가 190m 아래에서 작업을 하고 계셨는데 한 2시간 정도 가량 무너지는 소리가 우당탕탕하는 소리가 들리셨다고 해요. 그래서 무너지는 쪽으로 가서 확인을 해 보니까 철제와 나무 이런 것들이 다 뒤엉켜서 무너져 내렸다고 이야기를 들었어요. 그래서 아버지하고 같이 들어가신 분이 거기서 일하신 지 며칠 안 되신 분인데 그분이 굉장히 불안감에 떨고 계셔 가지고 일단 아버지는 그분을 안정시키고 “일단 우리는 여기서 무조건 살아나갈 생각만 하자.” 그렇게 말씀하시고 이제 갱도마다 뚫려 있는 곳을 다 찾아다니셨다고 이야기를 하셨어요.

 

▶ 김어준 : 아버님은 굉장히 경험이 많으신 20년 차 이상이시고 함께 작업하신 분은 얼마 안 된 분이라고 제가 들었는데, 그렇죠?

 

▷ 박근형 : 네, 저도 이제 갱에서 일하신 지는 4~5일 정도밖에 안 됐다고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 김어준 : 4~5일이요?

 

▷ 박근형 : 예.

 

▶ 김어준 : 그러면 20년 차하고 4~5일 되신 분이 이제 두 분이 남은 거예요. 그래서 당연히 4~5일 차 그분이 굉장히 불안했겠죠. 그래서 아버님이 이제 여러 가지 상황을 리드해서 대처하신 것 같은데. 제가 듣기로는 텐트를 치셨다고 하던데 텐트를 왜 치셨답니까?

 

▷ 박근형 : 일단은 아버지도 직접적인 경험이 없었지만 그 안에 혹시 매몰되게 되면 가장 걱정, 우려하는 부분이 저체온증하고 그리고 산소나 이런 부분 그리고 먹는 부분 이런 게 가장 생존에 필요한 부분이기 때문에 아버지는 그걸 먼저 생각하셔서 주변에 생존할 만한 도구들을 찾으셨다고 말씀을 하세요. 찾다 보니까 거기에 비닐이 있었고 그다음에 작업하기 위해 갖고 들어갔던 나무들, 커피포트, 이런 것들을 다 챙기셔서 일단은 몸이 젖으면 저체온증이 오기 때문에 비닐로 일단 천막을 먼저 치셨다고 말씀을 하셨어요.

 

▶ 김어준 : 굉장히 현명한 대처였는데. 나중에 전문가들 이야기 들으니까 그렇게 천막을 치고 저체온증에 대비한 것이 가장 중요했다고 그렇게들 이야기하더라고요.

 

▷ 박근형 : 예, 맞습니다.

 

▶ 김어준 : 그리고 전기가 안 들어오는데 커피는 어떻게 끓여서 마신 겁니까?

 

▷ 박근형 : 일단은 커피포트가 있었는데 플라스틱 부분을 아버지가 다 떼어내시고 모닥불 피워 놓은 불 위에 스테인리스 부분에다가 물을 부으신 다음에 거기서 물을 끓여 드셨다고 하시더라고요.

 

▶ 김어준 : 커피포트의 플라스틱 부분을 떼고 그 안에 스테인리스만 모닥불에 직접 올려서?

 

▷ 박근형 : 예.

 

▶ 김어준 : 그것도 현명하신 대처였네. 그리고 나무를 잘라서 불을 땠고 하는데 그냥 생각하기에는 불을 때면 산소가 부족해서 안 될 것 같은데, 이런 생각이 드는데 그게 아니었어요?

 

▷ 박근형 : 일단 여기 금광은 일반 석탄 탄광하고는 다르게 암반층이 많이 형성돼 있고 통풍이 잘 된다고 해요. 그래서 산소 부족한 부분은 전혀 걱정을 안 하셨다고 합니다.

 

▶ 김어준 : 그러니까 베테랑이시니까 그런 걸 다 알았구나. 아연 탄광은, 아연 광산은 통풍이 잘 되니 산소 걱정은 없다, 이렇게 판단하신 것이고. 그런데 제일 중요한 건 저체온증에 걸리면 안 되니까 텐트를 만드신 것이고. 집을 지으신 거네요, 처음에. 맨 처음에 하신 일이 그거죠. 

 

▷ 박근형 : 예, 맞습니다. 

 

▶ 김어준 : 그리고 체온 유지를 위해서 포트 플라스틱을 떼내고 불을 피워서 그 위에 물을 끓였고. 커피믹스를 항상 그렇게 가지고 다니십니까?

 

▷ 박근형 : 예, 여기 회사 쪽에서도 일하시는 분들한테 커피믹스를 조금씩 제공을 하신다고 들었습니다. 그래서 그때도 한 30개 정도 한주먹 깊게 손으로 집어서 비닐봉지에 넣어서 그렇게 들고 들어가셨다고 이야기를 하셨어요.

 

▶ 김어준 : 참 그 모든 게 하나가 돼 가지고 결국은 기적적인 상황이 만들어졌네요. 아버님 나오실 때도 걸어서 나오셨다고 하더라고요.

 

▷ 박근형 : 네, 저도 깜짝 놀랐는데 저희는 가족들은 지휘통제실에서 브리핑을 저희가 원할 때마다 계속 받았어요. 처음에는 그게 잘 이루어지지 않았는데 저희들이 계속 요청을 하면서 그 부분이 잘 이루어졌는데 지휘통제실에서도 마지막 10m가 막혀 있고 또 10m가 한 군데가 더 막혀 있다, 이렇게 보고를 받아서 이게 시간이 좀 더 걸리겠구나 해서 어머니하고 저하고 둘이 갱에서 나오는 돌들이 있거든요, 작업할 때. 그거 계속 지켜보고 있었어요. 왜냐하면 그게 많이 나와야 빨리 아버지가 나오실 수 있으니까 그걸 지켜보고 있는 상황에 앰뷸런스 두 대가 막 올라오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속으로 내가 보고받기로는 아직 아버지가 나오실 때가 안 됐는데 이제 곧 나오시려고 동선 체크하려고 이렇게 왔나? 하고 생각하려는 찰나에 엘리베이터가 올라오더니 그쪽으로 아버지가 걸어서 나오시더라고요. 

 

▶ 김어준 : 걸어서.

 

▷ 박근형 : 예, 그래서 저도 정말 깜짝 놀랐어요, 그 상황에서.

 

▶ 김어준 : 대단한 장면인데. 산소 용접기 가지고 불을 붙이셨다고.

 

▷ 박근형 : 예, 아무래도 그 안에 있는 속에는 물이 많기 때문에 나무가 다 젖어 있었거든요. 그래서 일반 라이터로는 불이 안 붙기 때문에 아버지가 산소 절단기인데 그걸 이용하셔서 불을 붙이셔서 젖은 각목에 불을 붙이셨다고 말씀하셨어요.

 

▶ 김어준 : 그러니까 거기 있던 장비들을 다 활용하신 거예요, 보니까.

 

▷ 박근형 : 네, 최대한 다 모아서 활용을 하셨다고 이야기를 하셨어요.

 

▶ 김어준 : 거기 있는 비닐도 갖다 쓰시고 나무도 모으고 판자나 톱, 산소용접기 또는 커피포트, 커피믹스 그리고 지하수를 받아서 드셨다고.

 

▷ 박근형 : 예.

 

▶ 김어준 : 그 지하수가 깨끗한 지하수는 아니었을 텐데.

 

▷ 박근형 : 네, 아버지도 그래서 걱정이 돼서 처음에는 받은 물을 커피포트에다 끓여서 드시려고 했는데 그게 양이 여의치 못하다 보니까 아버지는 한번 그냥 먹어 볼까 하고 드셨는데 맛이 그나마 좀 괜찮아서 아버지는 계속 드셨고, 같이 계셨던 분은 그걸 먹기도 좀 힘들어하셨나 봐요. 

 

▶ 김어준 : 지하수를.

 

▷ 박근형 : 예, 그래서 그분도 힘겹게 드셨다고 이렇게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 김어준 : 지금 그분도 건강 상태는 양호한 거죠?

 

▷ 박근형 : 예, 두 분 다 건강 상태는 좋아지셨는데 두 분 다 심리적인 트라우마가 계신 것 같아요.

 

▶ 김어준 : 알겠습니다. 두 분 건강이 회복되면 저희가 한번 모시고 싶은데. 그런데 이제 20년 이상 근무하셨지만 이 정도 사고가 나면 다시 갱도로 들어가기는 어려울 것 같은데요.

 

▷ 박근형 : 예, 아버지는 지금 말씀하시기는 다시는 무서워서 못 들어가겠다는 말씀을 하시는데 또 기회가 되면 아버지 동료분들이 전국 각지에서 광산에서 일하시는 분들이 계시잖아요. 그분들은 아직도 일하시러 들어갈 때마다 생사를 걸고 들어가시는 분들인데 그나마 안전하게 작업하실 수 있는 환경이 많이 마련될 수 있게 아버지가 그런 쪽에서 일할 기회가 되면 그런 일은 해 보고 싶다고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 김어준 : 이제는 광산업 노동 환경을 개선하는 일을 해 보고 싶다?

 

▷ 박근형 : 예.

 

▶ 김어준 : 생존자로서.

 

▷ 박근형 : 다시는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게. 일어나서도 안 되고. 그런 말씀을 하십니다.

 

▶ 김어준 : 알겠습니다. 아버님 건강 회복하시면 저희가 스튜디오에 직접 모시고 싶다고 전해 주십시오.

 

▷ 박근형 : 예, 알겠습니다.

 

▶ 김어준 : 쾌유를 빕니다. 감사합니다.

 

▷ 박근형 : 예, 감사합니다.

 

▶ 김어준 : 봉화군의 아연 채굴 광산 생존자, 생환하신 분이죠. 작업반장 박정하 씨 아들 박근형 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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