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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죽박죽, 공포 조장’ 부동산 보도...기자는 모두 집주인(?!)(정준희)│김어준의 뉴스공장

메디아 2020. 8. 12.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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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죽박죽, 공포 조장’ 부동산 보도...기자는 모두 집주인(?!)(정준희)│김어준의 뉴스공장

 

 

[인터뷰 제3공장]

시세 광고인가, 대안 제시인가

부동산 보도 취재 관행의 실태는?

- 정준희 겸임교수 (한양대학교)

 

▶ 김어준 : 한 달 가까이 부동산 이슈가 뜨겁습니다. 이 부동산 관련 보도, 문제가 많았다. 저도 그렇게 생각하는데 저는 그렇게 생각만 하고 구체적으로 어떻게 비평할지 꼭 모셔야 되겠다 싶은 분이 있어서 모셨습니다. 정준희 교수님 나오셨습니다. 안녕하십니까. 

 

▷ 정준희 : 안녕하세요.

 

▶ 김어준 : 저 이 보도, 문제가 많다고 생각해 왔거든요. 어떤 지점을 문제의 포인트로 보셨습니까? 

 

▷ 정준희 : 우리나라 다른 보도들도 마찬가지인데 부동산 보도의 특징은 정확히 바라는 바가 뭔지가 명확하지 않다는 거예요. 

 

▶ 김어준 : 저도 똑같은 생각을 했습니다. 기자들의 부동산 관련 기사를 읽다 보면 그래서 어쩌자는 거지? 그러니까 어떤 정책이든 잘못될 수 있는 것 아닙니까? 

 

▷ 정준희 : 그렇죠. 

 

▶ 김어준 : 어떤 정책이든 비판할 수 있는데 이리 가야 되는데 그리 못 갔다든가, 나는 이게 올바르다고 보는데 거기로 안 간다든가. 그게 없어요. 그러니까 잘못될 수 있는 모든 가능성을 다 꺼내 놔요, 그냥. 

 

▷ 정준희 : 그렇죠. 그리고 실제로 다 잘못됐다고 또 평가를 하고요. 

 

▶ 김어준 : 그러니까 기자 자신이 스스로 어떻게 되는지 모른 채 비판하는 거다? 

 

▷ 정준희 : 네. 

 

▶ 김어준 : 핵심을 짚으셨다고 봅니다. 자, 구체적 사례를 들어서 좀 이야기해 주십시오, 예를 들어서. 

 

▷ 정준희 : 이를테면 대표적으로 부동산을 자산으로 보느냐 아니면 주거로 보느냐에 따라서 굉장히 입장이 달라지잖아요. 자산으로 보게 되면 자산의 가치가 하락하는 걸 굉장히 부정적으로 보게 되는 거고, 주거의 문제로 바라보게 되면 자산으로 평가된 부동산의 가치가 올라가는 것에 상당히 또 부정적이 되기 때문에.

 

▶ 김어준 : 안정화돼야 되고.

 

▷ 정준희 : 두 가지 상이한 욕망이 부딪힐 수밖에 없는 그런 영역이거든요. 

 

▶ 김어준 : 그렇죠. 맞습니다. 

 

▷ 정준희 : 어떤 정책이든 만약 성공한다면 둘 중 하는 실망시켜야 되는 그런 정책일 수밖에 없는 거죠. 그러면 우리나라 언론 보도에서 예를 들면 보수적인 언론이라고 하면 대부분 자유주의 시장경제를 좋아하는 거니까 자산의 가치는 오르는 게 좋다. 

 

▶ 김어준 : 그러니까 조중동이나 경제지들이 그 방향으로 막 몰고 가는 건 옳다, 그르다를 떠나서 자기 정체성에 맞는 거예요. 

 

▷ 정준희 : 맞는 거죠. 그리고 그러면 사실 그걸 밝혀야 돼요. 우리는 사실은 주거 안정의 문제는 상대적으로 떨어지고 자산의 가치가 계속 올라가는 것이 옳다고 생각을 한다. 

 

▶ 김어준 : 집주인 중심으로 우리는 생각한다.

 

▷ 정준희 : 그러면 이제 현재 집값이 올라간다거나 또는 떨어진다거나 할 때 입장이 확실하게 나오는 거거든요. 그런데 그게 아니라 올라가도 문제, 떨어져도 문제로 나오게 되면 자신의 본마음이 뭔지가 명확하지 않게 나타나는 것이죠. 

 

▶ 김어준 : 모든 정책과 입법은 잘못될 수 있고 그럴 경우 비판할 수 있는데 모든 잘못될 가능성을 전체를 다 나열한 다음에 그래서 무조건 잘못한 거예요. 제가 기사를 읽다가 예를 들어서 세입자 권리가 향상돼야 한다고 생각하며 기사를 쓰면 그 관점에서 기사를 쓸 수 있고, 임대인 권리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면 그렇게 쓸 수 있는데, 지금 자산이냐, 거주냐 분리하셨듯이. 그런데 이제 임차인의 권리를 보호해야 된다고 이야기하면서 임대인 권리만 계속 걱정하는 기사의 내용을 쓰고 있어요. 이 사람이 자기가 뭘 쓰고 있는지 알까 싶기도 하고. 맞습니다. 자기들이 스스로 생각하는 올바른 모델도 없고. 자, 또 문제가 뭐가 있습니까? 첫 번째는 자기 입장이 없는 채 기사를 쓰고 있다. 명확한 입장을 가진 기사들도 분명히 있어요. 집값 떨어지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 보수지들. 그런데 그렇지 않은 매체에서도 이 부동산 정책은 무조건 비판해야 돼. 그래서 비판할 거리를 다 끌어모아서, 영혼을 끌어모으듯이 끌어모아서 기사를 쓰는 경우 저도 많이 봤습니다. 다음 포인트는 뭡니까? 

 

▷ 정준희 : 또 다른 종류는 우리나라 부동산 기사의 특징이 저는 사실 ‘부동산 정책’ 이라고 표현하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거든요. 주거 정책이나 만약에 복지의 관점으로 보면 주거 정책으로 표현하거나 아니면 아까 말씀드렸던 자산에 관련된 정책으로 표현하거나 이래서 영역을 좀 나눠야 될 필요가 분명히 있는데 우리나라 부동산 기사들은 대충 부동산 기사예요. 경제도 들어가고 정치도 들어가고 여러 가지 복지 문제도 들어가서 실제로 그걸 쓰시는 분들이 어떤 관점에서 쓰는가가 사실은 명확하지 않은 채 정보와 해설과 의견이 다 융합돼서 나타납니다. 

 

▶ 김어준 : 좋은 말로 융합이고. 

 

▷ 정준희 : 나쁜 말로 하면 여러 가지가 뒤죽박죽이 되는 거죠. 이를테면 대표적으로 외국의 언론들을 보면 부동산 기사가 정론지에서는 그렇게 많이 나오지 않거든요. 왜냐하면 부동산이라고 말할 때는 보통 자산이기 때문에 자산에 대한 건 굉장히 작은 꼭지로 돌리거나 경제지들이 보통 쓰는 그런 식의 영역이고요. 복지면 자주 나오죠. 그런데 이게 만약에 주거복지에 해당한다면 정책적인 측면이랑 상당히 연결되기 때문에. 

 

▶ 김어준 : 정치면에 나올 수 있죠.

 

▷ 정준희 : 네, 그래서 정치면에서 다룬다거나 이렇게 되거든요. 그걸 다루는 사람들이 달라요. 그러니까 입장이 다를 수밖에 없는 거죠.

 

▶ 김어준 : 그렇겠죠.

 

▷ 정준희 : 그런데 우리는 부동산을 다루시는 분들이 자산에 대한 어떤 투자를 조언해 주는 사람이기도 하고, 정치의 정책을 비판하는 사람이기도 하고, 또 복지를 걱정하는 사람이기도 하고 이래요. 그러다 보니까 입장이 아까 말씀드렸던 것이 명확하지 않을 수밖에 없는 것이 정치는 비판해야 되고, 복지는 마치 걱정하는 척해야 되고, 자산에 대해서는 투자에 조언을 해야 되는 사람이 되어 버리기 때문에 상당히 난장판이 되어 버리는 그런 기사들이 나오는 거죠.

 

▶ 김어준 : 아, 역시 예리하십니다, 정준희 교수님. 자주 모셔야 되는데 바쁘셔서. 방송은 요즘 시청률이 올라갔습니까? 

 

▷ 정준희 : 시청률은 오르락내리락하고요. 비슷비슷합니다.

 

▶ 김어준 : 이렇게 예리하신 분이 지금 자주 안 나오셔서. 맞습니다. 그래서 부동산 업자가 복지 정책을 논평하고 있어요. 주거 정책을 논평하고 있고, 세입자 정책을 논평하고 있어요. 부동산 업자는 시세만 알면 되는 것 아닙니까? 시세만 이야기해야 되는데. 그리고 그 사람 이야기를 따 와서 이 주거 정책이 가진 문제점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 버리니까. 그 사람은 이익에 꽂혀 있는데. 맞습니다. 뒤죽박죽되어 있어요. 그리고 그걸 이제 정치 영역으로 끌고 와서 집 가진 사람들의 불안감을 막 자극해서 정치적 노림수를 실현하는 것 아닙니까? 공포를 조장하는 부동산 뉴스가 굉장히 많아요. 

 

▷ 정준희 : 엄청 많죠. 그게 외국하고 비교해 보면 나타나는 건데요. 일반 기사들도 마찬가지인데 보통 정보를 주기만 하는 기사가 있고, 정보를 주면서 해설이나 의견을 덧붙이는 기사가 있게 되잖아요. 그런데 부동산 기사 같은 경우에 외국 같은 경우는 그냥 말 그대로 시세 변동만 주목해서 거기에 어떤 다른 해설이나 이런 걸 붙이지 않고. 

 

▶ 김어준 : 정보를 주니 니네가 판단해라.

 

▷ 정준희 : 네, 이게 오르는 추세다 라든가 떨어지는 추세다 라든가 이런 걸 철저히 경제적인 영역에서만 다루게 되거든요. 거기에는 정책 이야기도 잘 안 나오고 기본적으로 자신의 분석이나 정보 자체의 가치만을 따지게 되고요. 만약에 의견이나 해설이 들어가려면 정책의 목표고 수단을 명확하게 보면서 해야 되잖아요. 목표에 따라서 수단이 잘못됐다거나 목표가 잘못됐다거나 또는 목표하고 수단이 잘 어울린다거나 이런 식의 해설이 들어갈 수가 있는데 우리 같은 경우에는 정보를 주는 척하면서 정보가 되게 불충분한 채 갑자기 의견이나 해설로 뻥 하고 뛰어 버리는 현상들이 나타나게 되는 거죠. 

 

▶ 김어준 : 비판하려고. 

 

▷ 정준희 : 비판해야 되니까.

 

▶ 김어준 : 목적이 비판이니까.

 

▷ 정준희 : 앞에 있는 정보는 정보 가치가 되게 떨어지는데 그걸 끌어다 오는 재료로만 사용하는 그런 현상들이.

 

▶ 김어준 : 그래서 한 두 사람 인터뷰한 다음에 바로 정부 비판으로 넘어가죠. 

 

▷ 정준희 : 그래서 또 문제가 바로 전문가들조차도 똑같은 그런 사람들이라는 거예요. 전문가들이 보통 금융계 쪽에 종사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이분은 자산 투자하시는 분들이거든요.

 

▶ 김어준 : 맞아요.

 

▷ 정준희 : 주거복지에 사실은 별로 관심이 없거나 잘 모릅니다. 그런데 이분들이 자산 투자를 조언하는 사람으로 이야기를 하면서 그걸 가지고 마치 복지에도 무슨 연관이 있는 것처럼 이야기를 하는 현상이 나타나면서 전문가도 영역이 헷갈리고, 기자도 따라서 영역이 헷갈리는 그런 현상이 나타나는 거죠. 

 

▶ 김어준 : 기자들은 자기가 바라는 바가 뭔지 모른 채 기사를 써서 그런 것도 있고, 목적이 그냥 정부를 비판하는 것이 언론의 기능이라고 생각해서 어디에 정부를 비판할 포인트가 있을까. 그래서 지금 말씀하신 대로 이 정책이 마음에 안 드는 업자의 의견을 끌어와서 그것이 주거 정책이 잘못된 것으로 비판해서 써먹는 거죠. 그럼 뒤죽박죽되는 거예요, 정말로. 임차인 권리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면 그 정도 보장하지 않는 선진국은 없다는 사례부터 끌어올 게 많잖아요. 그렇게 가야 되는데, 그리고 예를 들면 임대인이 임차인을 쫓아낼 궁리를 하고 있다. 그러면 임차인 권리 향상이 중요하니까 그러면 안 된다고 기사를 써야 되는데 임차인 권리를 이야기하다가 임차인을 쫓아낼 방법을 강구하는 임대인 사례를 들고 와서 이 정책이 잘못됐다고 말하는 거예요. 이건 말이 안 되는 것 아닙니까? 자, 뒤죽박죽된 이유도 알겠고, 그리고 말씀하신 대로 업자가 많이 등장하다 보니까. 업자들은 원래 공포로 먹고사는 것 아닙니까? 

 

▷ 정준희 : 그렇죠.

 

▶ 김어준 : 집값 떨어진다 혹은 올라간다, 이런 식의 빨리 행동하도록 만들어야 거래가 발생하니까. 그러니까 부동산 기사는 다 무서워요. 나만 뒤처졌나? 이렇게 생각하는 기사들이에요, 다.

 

▷ 정준희 : 엄청나게 자극적이죠. 패닉이니 쇼킹이니 이런 식의 단어들이 엄청나게.

 

▶ 김어준 : 깡통. 이제 거지 된다, 이런 거 아닙니까? 공포, 연속, 위험. 이런 제목도 유난히 많아요. 

 

▷ 정준희 : 어제인가 발표된 OECD 자료 보면 한국의 부동산 관련된,

 

▶ 김어준 : 저도 그 대목을 봤습니다.

 

▷ 정준희 : “전반적으로 안정화 추세다” 라고 이야기를 하잖아요. 그러니까 바로 또 화가 난 기사가 나와요. 얘네들이 전국을 놓고 보기 때문에 이런 식의 이야기다. 아니, 그럼 국가 간 비교를 하는데 전국을 놓고 보지 오른 데만 놓고 보지 않잖아요.

 

▶ 김어준 : 그러니까요. 강남 3구에 대한 OECD 보고서를 원합니까? 

 

▷ 정준희 : 이게 바로 우리나라 부동산 기사의 정확한 측면들을 보여 주는 건데 전체에서 굉장히 특별한 부위만 딱 떼다가 전체 부동산의 양상인 양 이야기를 해 버려요. 그러면 이건 수도권중심주의만이 아니라 강남중심주의거든요. 사람들이 강남에 입성하고자 하는 그런 욕망에 정확히 부여하는 그런 식의 기사들인 거죠. 

 

▶ 김어준 : 그러니까 기자 자신의 욕망도 그 자신에 올라 태우는 것 같아요. 읽다 보면 이 사람이 집은 없는 것 같은데 본인도 집 많은 사람들이 부러워서 이 기사를 쓰고 있나? 그런 생각도 듭니다. 자기 욕망을 기사로 쓰고 있다는 생각도 들고요. 

 

▷ 정준희 : 상당 부분 그렇죠. 

 

▶ 김어준 : 자, 그러니까 OECD 보고서에 보면 한국이 안정화 추세다, 다른 주요 국가들에 비서. 그러니까 우리가 지금 한 달 동안 읽은 기사하고는 전혀 다르죠. 

 

▷ 정준희 : 네. 

 

▶ 김어준 : 또 문제점이 있습니까? 제가 업자 이야기 계속 했는데 이 기사들이 잘 읽다 보면 업자의 이익에, 결과적으로는 업자의 이익에 복무하는 기사가 많지 않습니까?

 

▷ 정준희 : 굉장히 많죠. 그게 이제 속으로 그런 속내를 숨기고 그런 식으로 사기를 치는 건지 아니면 몰라서 속아 넘어가는 건지 이 부분은 불분명한 측면들이 있는데요. 아마 신문을 뒤져보시면 아시는데 우리나라 신문들이 지금 광고가 굉장히 부족하기 때문에 부동산이나 건설에 의해서 광고를 굉장히 많이 수주합니다. 특히나 지역판들 같은 경우는 거의 대부분 아파트 광고라고 생각하시면 되는데요. 그러다 보니까 광고 수주에 되게 유리한 그런 광고성 기사들이 굉장히 많이 나오거든요. 

 

▶ 김어준 : 광고인데 실제로 그걸 기사 형태로 만든 거군요.

 

▷ 정준희 : 기사 형태로 만들었죠. 사실은 법으로도 어긋난 그런 경우들도 굉장히 많고요. 우리가 기사형 광고라고 부를 때는 명확히 광고 섹션으로 해야 되는데 광고성 기사로 만들어서 광고하고 붙여서 기사를 써 버리는 이런 식의 행태들이 굉장히 많은데 그 내용을 들여다보면 되게 부끄러워요. 그러니까 한편에서 바로 복지를 걱정하는 기사가 옆에 나오고, 거기 바로 옆에 보면 지금이 제일 빠른 때다. 서울에서는 지금이 제일 가격이 낮은 때다. 빨리 사라, 이런 식의 이야기가 바로 나와 버리면 편집에 있어서 굉장히 민망한 상황들이 벌어지는 거죠. 

 

▶ 김어준 : 민망해하지 않는 것 같아요. 그리고 제가 어디서 봤는데 지금 정확하게 기억은 안 납니다. 우리 언론사의 주요 간부들의 부동산 보유 현황에 대한 이야기인데 그게 정확한지는 모르겠습니다만 강남 3구에 사는 언론사 간부들이 많다. 

 

▷ 정준희 : 예전에 뉴스타파 보도에서, 탐사보도에서 나왔었는데요.

 

▶ 김어준 : 그랬었나요? 

 

▷ 정준희 : 주요 국장급 이상의 간부들이 상당수가 강남에 거주한다는 거죠. 

 

▶ 김어준 : 그러니까 본인들이 거기 살고 본인들의 집값이 올라가길 원하는 사람들이 언론사 간부들로 앉아 있으니까, 그리고 그런 간부들을 보며 부하 기자들이 나도 저렇게 되고 싶다고 기사를 쓰는 것 아닙니까? 

 

▷ 정준희 : 네, 저는 사실 그 부분도 우리나라 기자들이나 특히 메이저 언론사들의 기자들은 사실 상류 지향성이 굉장히 강하거든요. 왜냐하면 학벌도 굉장히 좋은 편이고, 자신들이 만나는 사람들이 주로 파워 엘리트들이기 때문에 동일시되는 의식들을 갖게 되어 있어요. 자기들이 자산 규모나 여러 가지 면에서 교육이나 이런 측면에서 비슷한 급으로 가지 않으면 상당히 떨어진다는 생각을 되게 많이 갖거든요. 

 

▶ 김어준 : 내가 기자긴 한데 국회의원 만나고, 중소기업 사장들 만나는데 내가 그 정도 자산을 가져야 될 것 같거든요. 그러니까 눈높이가 거기 가 있어요. 

 

▷ 정준희 : 차라리 저는 그러면 솔직해지는 게 맞다고 생각을 해요. 그러면 우리나라에서 예를 들면 여러 가지 보수나 진보의 견해라는 건 있을 수가 있는 것이기 때문에 저는 우리나라의 부동산 정책이 예를 들면 공급이나 이런 측면에서 욕망을 무시한 어떤 정책이 나온다거나 이러는 건 실제로 실패할 가능성이 굉장히 높다고 개인적으로 생각을 합니다. 아주 현실적으로 볼 때. 

 

▶ 김어준 : 맞습니다. 

 

▷ 정준희 : 그런데 그렇다면 차라리 그 욕망의 솔직함에 대해서 명확하게 이념화시키고 거기에서 정책화시키는 기사를 쓰는 게 맞거든요. 그럼 자기들도 나머지는 포기해야죠. 

 

▶ 김어준 : 그러면 자기가 너무 천박해 보이잖아요, 그런데.

 

▷ 정준희 : 그런데 그런 것까지 마치 치장을 하면 다 모두가 얻을 수 있는 것 같은 그런 생각을 하는 거죠.

 

▶ 김어준 : 그러면 자기가 부동산의 노예인 것 같고. 노예 맞아요. 그런데 노예인 걸 인정하고 싶지는 않아서 자기 욕망을 숨기고 싶은 거죠. 그러면서 나라 걱정, 임차인 걱정, 취약한 계층의 걱정은 하는 것처럼 보이고 싶어서 이게 다 섞여 있는 것 아닙니까? 부동산 기사들이 참 위선적이다, 라는 생각을 저도 많이 했고. 그러다 보니까 임대차법은 분명히 임차인의 권리를 향상시킨단 말이죠. 그런데 이 법을 보고 이 법이 자신에게 유리하게 적용되는 법이라는 걸 모르는 임차인들이 너무 많아요. 왜냐하면 기사가 임차인들을 위해 권리 향상에 기여하는 법이다. 2 + 2는 확실하니까요. 그 사실 자체가 기사를 통해서 알려지지 않으니까 오히려 이 법이 나와서 내가 이제 큰일 났나? 저는 그런 사람들 여러 명 봤습니다. 이 법 때문에 나 지금 세 들어 사는데 큰일 난 거야, 지금? 뭘 해야 돼? 아닌데. 자기가 읽은 기사는 내가 불리해지는 것처럼 느끼게 만드는 거예요. 모든 임차인들이. 지금 말씀하신 대로 그런 식으로 기사를 버무려서 쓰다 보니까. 

 

▷ 정준희 : 그 부분이 참 중요한 게 외국 신문들 이야기를 제가 자꾸 해서 그렇습니다만 어떤 정책이 딱 발표되면 정책에 대해서 비판이나 평가를 아주 나중에 하더라도 적어도 정책의 효과가 어떻게 나타날지를 예상해 주는 기사들이 많이 등장을 하거든요. 그러면 이해 관계가 갈리잖아요. 예를 들면 임대인의 입장에서 보면 당분간은 그러니까 임대 관련한 수익들이 많이 오르지 않을 거라고 기대는 게 옳다든가 임차인의 관점에서 임차인의 권리가 일부 향상이 됐기 때문에 따라서 예를 들어 한 1년 이상의 나름대로 주거 계획을 가질 수 있다든가 이런 식의 측면들을 명확하게 그려서 보여 주는 기사들이 많거든요. 

 

▶ 김어준 : 그래야 하죠. 

 

▷ 정준희 : 당연히 그래야 되는 건데 우리나라는 정책이나 법이 나오면 23번째니 24번째니 숫자는 셀 줄 알면서 실제로 그게 어떤 식의 권리와 의무의 측면들을 보장하거나 또는 약화시키는지 이런 부분들은 해설해 주지 않는 거죠. 

 

▶ 김어준 : 집주인들이, 임대인들이 이 법적인 허점을 찾고 있다, 부동산 카페에서. 그것도 하나의 기삿거리가 될 수 있습니다. 법적 틈을 찾고 있다. 그런데 그 욕망이 굉장히 철저히 집주인의 중심의 욕망이고 어떻게든 임차인들을 쫓아내고 싶어 하는 욕망이란 말이죠. 그러면 이 사안이 아니라면, 이 부동산 건이 아니라면 새로운 입법이 됐고 그게 취약계층을 위한 법인데 그 틈새를 찾아서 그 취약계층을 공격하거나 하려고 하면 대부분 비판해요. 부동산은 아닙니다. 부동산은 집주인의 걱정에 올라타요, 같이 기자들이. 그래서 그것이 마치 해도 되는 행위인 양 계속 기사를 써 줘요. 비판하지 않고. 그러니 남는 건 달랑 임차인이에요. 그래서 임차인은 어머, 우리는 큰일 났나 봐, 이런 느낌을 그냥 그 기사를 읽으면서 받는 거예요. 그리고 그게 퍼져나가고. 이거 비정상입니다, 엄청나게. 

 

▷ 정준희 : 만약에 제가 이런 정도 기대까지 하는 건 좀 무리할 수도 있다고 생각이 드는데요. 이럴 수는 있어요. 그러니까 정책 목표에 대해서는 동의하지 않으나 정책 목표하고 수단이 연결이 되어 있는지는 분석해 줄 수 있거든요. 예를 들면 현재 임대차 관련된 3법이 목표 자체에 대해서 속으로는 동의하지 않을 수 있어도 이를테면 실제로 임차인의 권리를 보장하는 데 있어 역효과가 날 수 있다거나 아니면 장기적으로 이를테면 임대료가 상승할 수 있다거나 이런 식의 부작용이 기대될 수도 있잖아요. 

 

▶ 김어준 : 있을 수 있죠. 

 

▷ 정준희 : 그러면 목표하고 다르게 수단이 그 목표하고 잘 안 맞아떨어진다, 이런 부분들을 걱정해야 된다는. 

 

▶ 김어준 : 그건 비판할 수 있죠.

 

▷ 정준희 : 이건 가능한 것들인데 거기에 주목하는 게 아니라 큰일 났어, 임대료 오를 거야, 라고 뻥 하고 튄다든가.

 

▶ 김어준 : 집값 더 오를 거야. 이거 소용없어. 빨리 집 사. 그게 혹시 다주택자들이 앞으로 내놓을 물량을 소화시키려고 부풀리는 건 아닌가? 이런 생각도, 의심도 할 수 있는데.

 

▷ 정준희 : 충분히 할 수 있죠.

 

▶ 김어준 : 그런 건 없어요. 다들 집주인인가, 기자들이. 그게 아니라면 교수님 말씀대로 철학이 부재하다. 대신 말씀드렸습니다. 정준희 교수님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 정준희 :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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