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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살롱] 윤석열 정부 무엇이 우리를 그토록 괴롭히는가. ‘부산 이즈 레디 & 바이바이 플라스틱’의 문제점.

메디아 2023. 7. 15.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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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살롱]

윤석열 정부 무엇이 우리를 그토록 괴롭히는가.

‘부산 이즈 레디 & 바이바이 플라스틱’의 문제점.

윤석열 정부와 보수 진영에게 겸손공장이란?

▷전우용 / 역사학자

▷김태형 / 심리학자

▷류근 / 시인

▷강유정 / 인문학자

 

 

 

탁현민 : 네. 대한민국에서 가장 위험한 코너라고 소개되고 있는, 변호사들이 먼저 안부를 묻는 코너라고도 소개되고 있는, 인문의 시선에서 정치를 논하다, The 살롱. 전우용, 김태형, 류근, 강유정 네 멤버와 함께합니다. 안녕하십니까.

▷전우용 : 안녕하세요.

▣강유정 : 안녕하세요.

◍류근 : 안녕하세요.

◉김태형 : 안녕하세요.

탁현민 : 오늘은 김어준 공장장이 없으므로 자유롭게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주제로 준비하는 게 어떻겠냐는 제작진의 의견이 있었고요. 그래서 첫 번째 주제를 윤석열 정부의 무엇이 나를 가장 힘들게 하느냐 뭐 이렇게 올라온 것 같은데 힘들죠, 좀. 힘들다고 생각하시는 분들 (웃음) 네 분 그리고 이 방송을 듣는 많은 분들도 힘들다고 생각하실 수 있을 것 같은데 일단은 전우용 선생님 의견 먼저 한 번 들어볼까요?

▷전우용 : 정부가 힘들게 하는 건 없어요. 제 기준에서는 왜냐하면 이제 윤 대통령은 후보 시절에 손바닥에 왕, 자를 쓰고 나와서 친무속 정권이 되겠다, 라고 하는 의지를 강력하게 피력하신 바 있고 뭐 가난한 사람들은 부정식품 이하라도 사먹을 수 있게 해야 한다고 해서 반서민 의지도 표명하셨고 노동자들이 주 120시간 일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해서 반노동 의지도 피력하셨어요. 종부세, 법인세 이런 거 깎아주겠다고 이미 얘기를 했기 때문에 친 이제 부자정책을 하겠다고 이제 얘기를 하셨고 다 그러니까 어떻게 보면 이제 윤 정부는 굉장히 투명하고 솔직해요. 하겠다고 한 거 다하고 있어서.

탁현민 : 욕망에 상당히 솔직한 것 같아요.

▷전우용 : 그렇죠. 그리고 좀 다소 의외로 느껴지는 것들이 저렇게 맹종적인 친일이 가능한가 하는 정도가 다소 의외인데 그 의외인 부분은 친무속 정권이라고 하는 좀 틀 안에서 용해될 수 있는 것이라서 그것도 아주 의외는 아니에요. 왜 그러는 지에 대한, 이제 윤 정부에서 이해가 잘 안 되는 것들은 그 점으로 해석을 하면 대강 된다 이렇게 좀 싶어서 그 된 직후에 아, 큰일 났다, 라는 이제 우리 사회가.

탁현민 : 네.

▷전우용 : 그런 생각은 들었지만 이제 정권 자체가 힘들게 하는 건 아닌 것 같아요. 이미 예측 가능했던 방향들로 해서 나가고 있으니까.

탁현민 : 그러면 예상했던 만큼 힘드신 건가요?

▷전우용 : 아니요. 제가 좀 힘든 건 그런 점들은 아니고요. 다른 쪽 때문에 힘들어요, 제가 느끼는 부분은. 어떤 거냐면 예를 들어 보죠. 제가 느꼈던 순서대로 말씀드리면 10.29 이태원 참사가 났을 때 사실 우리 역사에서 합동분향소를 설치하고 위패, 영정 없이 추모한 적은 없어요. 그거는 불가능해요. 왜냐하면 그거는 사람 자체를 무효화 시킨다는, 그러니까 애초에 존재하지 않았던 사람인 거를 취급해서 떠나보내는 거잖아요. 그게 살아있는 사람의 도리가 아니거든요. 그런데 언론들이 어떻게 했어요. 그게 무슨 개인정보유출이니 2차 가해니 별별 해괴한 소리를 하면서 오히려 이름과 영정사진을 공개했다는 사람들을 수사하고 있단 말이에요. 이게 사람의 도리, 도대체 사람이 어떻게 저럴 수 있나 싶은 일이 벌어졌었고요. 이제 2019년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과 그 뒤에 검찰의 집단항명 사태가 일어났을 때 그때 조국 일가는 뭐 아이들까지 학창시절 기록까지 다 샅샅이 털어서 그야말로 대중 앞에 발가벗겨서 세웠어요. 그러면서 이제 언론들이 뭐라고 주장을 했냐면 이제 살아있는 권력 비판이 언론의 책무다, 라고 얘기를 했죠. 근데 이 정부 들어와서는 살아 있는 권력 비판이 거의 사라졌어요. 심지어 대통령 부인을 사회적 약자 취급해요. 대통령,

탁현민 : 살아 있는 권력 비판 여기서 계속 나오고 있는 거 아닙니까? (웃음)

▷전우용 : (웃음) 아니, 저희 이거 겸손, 이거 결국 이제 뉴스공장 자체가 공중파에서 쫓겨났잖아요. 그렇게 쫓겨나 있는 상태라서 여기서 하고 있는 거잖아요. 그렇게 하면서 이제 뭐 대통령 부인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면 거기에 뭐 여성혐오라는 둥 이런 식으로 이야기를 하고 있단 말이에요.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와 관련해서도 과거 우리가 아직도 생생히 기억해요. 코로나 백신 맞을 수 백신이 사람에게 치명적일 수 있다. 어떤 질병을 야기할 수 있다. 백신 위험증, 불안감 엄청나게 언론들이 공포 조장했단 말이에요. 근데 후쿠시마 오염수는 안전하대요. 그렇죠? 도대체 뭐가 더 위험한 거예요. (웃음) 이게 위험이 명백히 입증된 것 하고 뭐 이제 방사성 물질들의 위험이 특히 내부 피폭일 경우에 그 위험을 하여튼 우리가 예측할 수조차 없다고 하는 것이 너무나 명백한데도 이거는 안전하고 백신은 위험하다 이런 얘기들을 계속해왔단 말이에요.

탁현민 : 말씀 듣다 보니까 좀 상당히 힘들어하고 계신 것 같은데. (웃음)

▷전우용 : 얘기를 좀 들어볼게 정부가 힘들게 하는 게 아니다, 라는 거죠. 이번에 이제 고속도로 휜 사건을 한 번 놓고 보죠. 고속도로를 뭐 노선을 변경하는 것도 정부가 하는 일이고.

탁현민 : 네.

▷전우용 : 공사를 중단하는 것도 정부가 결정할 수 있는 일이에요. 공사재개 여부도 정부가 결정할 수 있는 일이란 말이에요. 근데 사람들이 민주당이 사과해야 된다는 거예요. (웃음) 야당이 뭘 할 수 있는데 국회의원이라고 하는 사람들은 의심스러운 부분이 있으면 의심스럽다고 얘기를 하는 사람들이에요. 자기 일을 한 사람들이라고요. 근데 그 의심스럽다는 말을 한 거를 사과하라 그러고 도대체 이해할 수 없는 이유로 노선을 변경한 거에 대해서는 얘기를 안 해요. 우리가 이제 일상에서 그런 얘기를 종종 써요. 사람이 어떻게 그럴 수 있냐, 라고 하는 것. 저는 이제 그거를 이제 인간성의 최저선에 대한 나름의 기준이라고 생각을 해요. 인간성의 최저선이 무너졌다, 라고 했을 때 사람이 어떻게 저럴 수 있냐 이런 얘기를 하는데 역사적으로 보자면 저는 그렇게, 저로서는 그렇게 생각을 해요. 예를 들어 뉴라이트 유물론자들은 물질의 생산과 소비의 확대만을 가지고 역사발전의 지표로 보지만 사실 좀 더 좀 상식적이고 양심적으로 역사를 보자면 바로 인간성의 고향, 인간성의 최저선이 좀 높아져야 그게 역사발전이거든요. 그 밑으로 내려가면 역사의 퇴보란 말이에요. 근데 윤 정부 들어와서 우리 언론이나 이런 쪽에서 이제 이야기하는 것들을 보면 인간성의 최저선을 계속 떨어트리고 있어요. 인간성의 최저선이 계속 무너지고 있어요. 사람이 어떻게 저럴 수 있나 싶은 이런 상황들이 무슨 뭐 시정잡배들의 입에서만 나오는 것이 아니라 정규 언론사 기사로 이렇게 사설로 막 나와요. 우리가 이런, 이렇게 빠른 속도로 좀 퇴보한 적이 있었나, 인간성이 이렇게 급격히 무너진 적이 있었나 싶은 생각들이 들면서 이런 좀 역사에 무지막지한 퇴보 인간성의 최저선이 계속 허물어지는 상황들을 볼 때 이 정부 때문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언론과 담론구조 여기에서 좀 어렵다. 정말 견디기 어렵다고 느끼는 거죠.

탁현민 : 저는 제도와, 아까 그 이태원 말씀하실 때 좀 공감이 가는 게 어쨌든 국가의 행정조직이 움직이는 시스템을 경험을 했었잖아요. 근데 뭐 위패 문제 이런 것들도 사실은 하나하나의 매뉴얼이 다 있거든요.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안 되는 공무원들 입장에서는 그렇게만 해야 하는 수십 년 동안 내려온 게 있는데 그게 이렇게 가볍게 싹 사라질 수 있나?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전우용 : 그러니까 제가 한 번 조사를 해봤어요, 그래서. 합동분향소로 다 검색을 해가지고 합동분향소를 설치한 사례들 예를 들어서 무슨 뭐 헬기 추락이라든가 뭐 비행기 추락이라든가 단 한 차례도, 단 한차례도. 심지어 성매매 여성 화재 사고 같은 것들에 있어서도 영정은 안 걸었어도 위패는 걸었었어요.

탁현민 : 아니, 정부 조직이 사실 쓸데없이 어느 정도까지 디테일하냐면 이 리본의 규격까지 다 정해져 있어요. 이게 조금이라도 넓으면 안 되고 뭐 밑에 그 잘라내는 이 표식까지도 다 규정화 되어있기 때문에 그거를 그대로 하지 않으면 담당 공무원이 몹시 불안해져요, 큰일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그 정도인데 이 정부에서는 그런 모든 형식적인 것들이 완전히 사라지거나 파괴되고 있는 거 아닌가.

▷전우용 : 그러니까 정부가 파괴한 것도 있지만 언론들이 그거를 뒷받침해 주기 위해서 되지도 않는 얘기를 해왔다는 거죠.

탁현민 : 그렇죠. 사건이 벌어지면 그거를 항상 아주 친절하게 해석해 주더라고요.

▷전우용 : 아니, 이제껏 그 위패, 영정 없이 합동분향소 차리고 장례 치른 적이 있었느냐, 라는 질문 간단히 하면 되는데 느닷없이 거기에 개인정보 뭐 침해이고 또 뭐 저 2차 가해고, 뭘 2차 가해는 누가 했다는 건지 모르겠지만 이런 논리로 세상을 뒤덮는데 그게 또 사람들이 흔들려요. 이런 상황들을 보면서 아, 이게 우리가 딛고 있는 인간에 대한, 인간성에 대한 상식이 이렇게 취약하구나. 상식의 기반이 이렇게 취약하구나. 이런 걸 계속 느끼게 되니까 그게 좀 힘들죠.

탁현민 : 인간에 대한 어떤 그 취약해진 그 상실성에 대해서 고민을 하자면 또 김태형 선생님 입장에서도 상당히 괴로운 나날이실 거 아니에요.

◉김태형 : 전우용 교수님이 이제 말씀하셨던 뭐 사람이 어찌 저럴 수 있냐 뭐 인간성의 최저선을 보는 것 같다.

▷전우용 : 무너졌다. 최저선이 무너졌다고 하는 게 좋겠어요.

◉김태형 : 보여주고 있다. 무너졌다. 그거 연구하는 게 저거든요. (웃음) 심리학자가 하는 일이 그런 거 연구하는 건데 뭐 세상이 건강하고 그러면 좋은 것들을 연구하겠죠. 훌륭한 사람 뭐 착한 사람 이런 것들을 연구하니까 저도 기분이 좋을 겁니다. 근데 이 정부 들어오니까 말씀하셨듯이 사실상 정상 범주를 크게 벗어난 인간들이란 말이에요, 윤 정부 사람들이. 이 사람들 연구하는 것이 엄청 고통스러워요, 학자로서. 안 하고 싶은데 뉴스도 안 보고 싶고. 사실 저는 잘 영상 같은 거 거의 안 봅니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이나 뭐 그 부인 또는 뭐 이 원희룡 같은 사람 나오는 거는 거의 안 봐요. 근데 안 볼 수가 없는 것이,

탁현민 : 자꾸 말씀을 하셔야 되잖아요.

◉김태형 : 자꾸, 자꾸 물어봐요.

탁현민 : 물어보니까.

◉김태형 : 이 사람은 왜 이러냐. 저 사람은 왜 저러냐. 그리고 이해를 못 하겠다. 이제 그러면 또 저도 그거를 분석을 해봐야 하지 않습니까? 그래서 어저께도 뭐 원희룡 얘기가 나오길래 옛날 얘기를 좀 하다가 그런 사건도 있더라고요. 29살 때 다들 아시는 얘기 같지만 성북동에서 뭐 노상방뇨를 하다가 어떤 주민이 뭐라 했을 거 아니에요. 왜 길에다 노상방뇨하냐 그랬더니 그 주민을 무차별 폭행하고.

◍류근 : 연수원 시절에.

◉김태형 : 네. 사법연수원 시절에. 출동한 경찰한테 가서 또 경찰서에서 난동을 부렸어요, 집기를 부수고. 이제 그 사람이 이번에 이 백지화 시킨 것도 사실 같은 맥락이라고 봐요. 노상방뇨에 대해서 지적하니까 폭행한 거랑 똑같은 짓을 한 거거든요. 국민들을 폭행했죠. 뭐 이런 사람들을 제가 이렇게 분석을 해야 되는 상황이라서 비교하자면 그런 겁니다. 오물이 가득한 쓰레기봉투를 이렇게 파서 막 이렇게 헤쳐서 막 이렇게 부수고 하는 거 있잖아요. 얼마나 힘들겠어요. 이게 이제 개인적으로 가장 큰 스트레스다. 이런 사람들을,

탁현민 : 일거리는 좀 많아지셨겠어요.

◉김태형 : 그게 좋은 건 없습니다. 제가 학자니까 책을 써야 되는데 윤석열 정부 들어 책을 잘 못 쓰겠어요. 뭐 자꾸,

탁현민 : 뭐 범용적이지 않아서 그런 건가요? 너무 특별해서?

◉김태형 : 아니, 뭐 저는 아니, 뭐 제가 연구하는 과제하고 이거하고 안 맞잖아요, 미친놈들 연구하는 게.

탁현민 : (웃음)

◉김태형 : 그러니까 이 사람들 자꾸 연구한다고 이게 책이 되지도 않고.

◍류근 : 인간의 바닥을 연구하는 거라고 하셨잖아요.

◉김태형 : 인간의 바닥을 연구하는 건 어쩌다 한번 해야지.

탁현민 : 근데 그런 게 자극적이어서 더 재밌지 않아요? 아니, 학자로서. 현상이 재밌는 게 아니라 분석해볼 만한 캐릭터들이잖아요.

▣강유정 : 근데 하드고어 영화 같은 거 매번 피폐해지잖아요.

◍류근 : 그렇지.

◉김태형 : 맞습니다. 그렇죠. 어쩌다 한번 봐야죠.

▷전우용 : 근데 프리모 레비죠? 책 제목이 저것이 인간인가, 라는 책이 있어요.

◉김태형 : 네. 아니, 그러니까 이런 사람들은 원래 그 어쩌다 한 번씩 터지는 연쇄살인사건이라든가 심각한 어떤 범죄에 연루된 사람들이에요, 보통. 그래서 한 번씩 그렇게 잠깐씩 다루는 건데 이 사람들 매일 테레비에 나오잖아요. 매일 언론을 장식하고 그것이 주는 스트레스가 당연히 크다는 것이고.

◍류근 : 인문학의 영역을 자꾸 넓히고 있죠.

◉김태형 : 그렇습니다. 사실 훌륭한 사람들을 뭐 연구하다 보면 저도 좋지만 이제 국민들도 아, 인간이 저렇게까지 위대해질 수 있구나 희망을 갖게 되고 또 나도 더 잘 살아야 되겠다, 이렇게 이제 도덕적으로도 고무하는 측면이 있지 않습니까?

◍류근 : 그게 지도자죠.

◉김태형 : 네. 그런데 인간이 지금 이 윤석열 정부 사람들은 전우용 교수님 말씀처럼 인간이 어디까지 추락할 수 있는가를 보여주는 사람들이에요. 그리고 그 한계점을 계속 돌파하고 있어요. 우리가 이 정도까지 추락하면 끝이겠지 하면 더 추락하는 모습을 보이고 이것이 국민들에게 주는 악영향은 대단하거든요. 인간에 대한 불신, 혐오, 증오 이런 것을 계속 부추기는 거고 정신건강을 파괴하는 겁니다. 이것이 극단에 가다 보면 이렇게 인간에 대해서 다 싫다 막 인간은 다 쓰레기다. 이런 데까지 가면 미국처럼 서로 총으로 막 쏴 죽이는 그런 서로 총기 난사가 막 터지는 그런 끔찍한 사례가 될 수 있다.

◍류근 : 지금 우리 사회가 이거로, 이거로 죽이고 있잖아요.

◉김태형 : 맞습니다. 제가 저번에도 말씀드렸지만 총이 없을 뿐이죠. 그런 점에서 뭐 저한테도 스트레스를 많이 주고 고통을 많이 주지만 국민들에게 주는 고통이 엄청나다. 나중에 정권 끝나면 집단 손해배상 청구 같은 것 해야 될 것 같아요.

탁현민 : 심리적인.

◉김태형 : 정신적 피해에 대해서, 국민들이 겪은.

탁현민 : 근데 이제 그런 어떤 패턴이 있기는 한 것 같아요. 저도 이렇게 보면 어떤 일에 분노를 느끼면 그 분노가 증오화 되고 그다음부터 상당히 고통스러워지는 것 같더라고요.

◉김태형 : 네네.

탁현민 : 이게 상당히 좀 연결돼 있는 감정의 흐름이랄까? 뭐 이런 기분이 좀 많이 느껴지더라고요.

◉김태형 : 분노는 욕망이 좌절됐을 때 초래되는 가장 기본적인 감정이죠. 뭐 배고플 때 먹을 걸 못 먹는다든가, 오줌 마려운데 화장실을 못 간다든가 이러면 이제 화가 나잖아요.

탁현민 : 아, 오줌 마려울 때 화장실을 못 가면 분노를 느끼시나요?

◉김태형 : 네. 분노를 느끼잖아요. 특히 어디 들어갔는데 문 잠겨 있으면 화나지 않아요? 건물주에 대한 분노가 막 치솟죠.

탁현민 : 너무 나쁜 캐릭터를 많이 연구하신 것 같은데.

◉김태형 : (웃음) 근데 문제는 이 분노라는 것은 정상적인 감정인데 이 감정을 적절하게 해소를 할 수 있어야 됩니다, 건강하게. 그럼 가장 좋은 것은 분노를 나한테 유발한 사람들이 있을 거 아니에요. 그 사람들을 향해서 화를 내거나 그 사람들을 더 이상 나쁜 짓을 못 하게 막을 수 있어야 이 분노가 해결되거든요.

탁현민 : 아니, 근데 이런 것도 있잖아요. 선생님. 그러니까 분노가 아까 말씀드렸듯이 증오와 고통으로 이어진다면 약간 해탈한다고 할까? 그 분노를 그냥 삭이거나 혹은 가라앉히거나 뭔가 좀 다른 세계로 넘어간다거나 그런 것은 방법이 안 될까요?

◉김태형 : 아, 삭힐 수는 없고요.

탁현민 : 무조건 화를 내야 되는 건가요?

◉김태형 : 그렇죠. 정상적으로 건강한 방식으로 표출하는 게 제일 좋고 그게 안 됐을 때 보통 사람들은 두 가지예요. 하나는 자기를 공격하든가 뭐 내가 잘못했어, 내 잘못이야. 자기 탓을 하는 거죠. 우울증 와요. 또 하나는 아주 일탈적이고 반사회적인 방식으로 남들한테 퍼붓는 거예요, 이웃들한테 괜히 화를 낸다든가.

탁현민 : 노상방뇨를 하다가 경찰들을 때린다든가.

◉김태형 : 네. 팬다든가 아니면 약자들을 공격한다든가. 뭐 이런 식으로 일탈적으로 나갑니다. 마지막으로 말씀하신 것은 뭐와 관련이 있냐면 그 분노를 회피하고 억누르는 건데요. 그럼 마치 분노가 없어진 것처럼 느끼지만 절대 없어지지 않습니다. 억압 돼서 마음속에서 계속 그 사람을 괴롭혀요.

탁현민 : 자기 감정을 다 그렇게 표출하고 살 수는 없잖아요. 꼭 이런 문제가 아니어도,

◍류근 : 건전하게 건강하게 하는 방법이 있으니까.

◉김태형 : 건강한 방식으로 표출하는 건 당연히 해야 됩니다. 그거를 억압하는 게 제일 안 좋거든요, 통제하고.

◍류근 : 근데 그렇게 자꾸 억압하다 보면 암 걸리고 치매 걸리고 그런 거잖아요.

◉김태형 : 네. 맞습니다. 화병도 오고 막 이러는 것처럼.

탁현민 : 순서 바꿔서 류근 시인.

◍류근 : 저는 순서가 그 순서가 아닙니다.

탁현민 : 아, 그래요? 오늘만 한 번 해보시죠.

◍류근 : 제가 약간의 자폐기가 있기 때문에 하던 대로 해야 됩니다.

탁현민 : 분노를 좀 더 축적하시고.

◍류근 : (웃음)

탁현민 : 자, 그러면 우리 강유정 선생님 말씀도 좀 들어 볼까요?

▣강유정 : 네. 글쎄 사실 이 주제를 제가 한 번 던졌었어요. 한 번 열어놓고 들어보고 싶다. 선생님들 왜 뭐가 답답한지. 근데 저는 가장 답답한 게 첫 번째 떠오른 거는 이제 도무지 자꾸 왜를 물어보시데, 저한테. 저도 왜를 잘 모르겠다가 제일 먼저 답답한 부분이었어요. 전우용 선생님 말씀하신 것처럼 이태원 10.29 참사 때 영정 문제 그다음에는 유가족을 만나지 않고 왜 위령법회, 위령 뭐 그런 걸 왜 먼저 하고 그리고 또 계속 이어지고 있죠. 그다음에 뭐 대통령 사저 내 벙커 수준의, 뭐 이런 말도 나오고 모든 게 이해가 안 가고 그게 지금까지 이어지면서 이제 오염수 방류를 적극 환영할 뿐만 아니라 우리 정부에서 홍보, 선전이죠, 선전. 선전 영상까지 만드는 거 이 모든 과정이 잘 이해가 안 간다. 왜라고 물었을 때 거기에 납득할 만한 것이 뭔가 생기면 그 이후에 저는 오히려 분노도 생기고 어떤 적대감이나 반대의 논리 같은 것들이 생길 수 있다면 저는 논리적으로 납득이 되는 부분이 하나도 없다, 라는 생각이 일단 드는 거예요. 납득이 안 되는 사건들이 계속해서 연속적으로 일어나니까 약간은 멍해지는 느낌이 들고. 그리고 정부 인사들의 기용을 보더라도 계속 그 검찰 출신 인사들을 기용할 때 아, 그래 검찰 출신밖에 인사가 없나 보다, 싶다가도 또 뭐 한 10여 년 전 전 정부 인사들을 기용할 때는 또 이건 또 뭘까. 그러니까 일관성 있게 이해할 수 있는 맥락이 단 하나도, 어떤 부분도 역사의식이라든가 혹은 정치관이라든가 경제관, 외교관이라든가 어떤 것에도 찾을 수 없다 보니까 이거 도대체 뭐지, 뭐지? 라는 물음표가 끊임없이 이어지는 게 가장 힘들고요. 그래서 이런 상태 속에서 사실은 그 유발 하라리가 사피엔스에서도 말하고 있는 게 뭐냐면 사람들이 가장 고통스러울 때 결론적으로는 자기 나름의 내러티브를 만들어서 그 이야기를 나름의 서사를 만들어서 극복을 하거든요. 그러니까 내가 실패한 이야기라도 아, 이건 이러이러해서 실패할 만한 이유가 있었어, 라든가 아니야 이거는 내가 성공했지만 이거는 이런 부분에 있어서 설득력 있었어, 라든가 나름의 플롯을 만들어야 하는데 지금 우리가 제가 비유적으로 말을 하자면 글로리를 보고, 더글로리를 보고 있는데 많은 분들을 더글로리 1부를 많이 못 보신대요, 너무 괴로워서. 동은이가 당하는 게 괴로워서. 우리가 지금 1부 한가운데에 있는 느낌인 겁니다. 근데 이게 결말이 어떻게 될지를 예측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1부가 계속되고 있는 상황인 거 같은 느낌. 그러니까 많은 분들이 아, 5년이면 끝나겠지, 라는 시간적 위안이 별로 도움이 안 되는 거 같아요. 이 서사의 결말이 어떻게 될 거라는 막연한 지금까지 역사적인 합의되었고 우리가 체험했던 결론들이 있기는 합니다만 그게 사실은 너무 말도 안 되는 일들이 자행되는 걸 보다 보니까 여기서 인과성을 찾을 수 없고 그로 인해서 이 인과적으로 우리가 개연성이라는 측면에서 예측할 수 있는 결론조차도 굉장히 무력해지는 느낌을 받다 보니 많은 분들이 분노를 넘어서 아, 이게 뭘까, 라는 그런 답답함을 느끼고 있는 게 아닌가 싶은데. 그래서 오죽하면 제가 최근에 이제 백범일지를 다시 읽을 일이 있었는데,

탁현민 : (웃음) 정말 오죽하면 백범일지를.

▣강유정 : 네. 오죽하면 백범일지를 읽을 일이 있었는데 읽으면서 그 생각이 들었어요. 그러니까 제가 한용운 시인의 복종을 한 번 인용한 적이 있었는데 그 알 수 없어요, 라는 시 있잖아요. 그 시가 정말 아주 멋진 시인데 시의 그 시를 읽은 거는 워낙 류근 선생님 몫이니까 제가,

◍류근 :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강유정 : 다는 읽지 않고요. 그래서 이 시가 1연은 바람이 없는 공중에 오동잎이 굉장히 큰데 아주 고요히 떨어지고 뭐 장마 끝에, 지금 같은 날씨 속에서도 가끔 푸른 하늘이 보이고. 그다음에 꽃도 없는 깊은 나무에 이끼도 생기고 이렇게 쭉 얘기하다가 맨 마지막 연만 제가 읽을게요. 타고 남은 재가 다시 기름이 됩니다. 그칠 줄 모르고 타는 나의 가슴은 누구의 밤을 지키는 약한 등불입니까? 라고 끝나요. 이게 무슨 말이냐면 앞에 모든 건 다 자연현상이거든요. 근데 자연현상이 너무 놀랍게도 우리가 이해할 수 없는 게 너무 많은 거예요. 저게 어떻게 가능하지? 그런데 타고 남은 재가 기름이 되는 거는 자연에서는 불가능하거든요. 이거는 역행하는 거예요, 자연을. 그런데 그걸 할 수 있는 건 사람만 할 수 있거든요. 그래서 한용운 선생은 그때 당시에 있지도 않은 나라를 믿으면서 독립을 바라고 항일 운동하는 마음을 여기에 빗댄 게 아닌가 싶어요. 타고 남은 재가 기름이 되는 마음. 그러니까 오죽하면 이제는 이 결말에 대한 이 마음을 이런, 아 사필귀정이다, 라는 정말 옛날 말을 끄집어내서 생각해야 되는 것인가? 이런 말이 우리가 위안을 삼아야 하는 때가 아닌가? 그러니까 이게 답답한 거죠.

탁현민 : 강유정 선생님의 저런 태도도 일종의 방어기제인가요?

◉김태형 : (웃음)

▣강유정 : 아 저는,

탁현민 : 버티려고 하는 힘.

▣강유정 : 저는 그게 그 비관적 낙관주의가 있고 한편으로는 그게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이런 점에 있어서 현실을 너무 낙관하면서 도리어 끝내는 어, 도리어 당했다, 라고 하는 것보다 비관하되 끝끝내 포기하지 않은 것들이 필요하다고 보는데. 그래서 마지막으로 그 백범 선생 얘기 하나만 더 인용하고 끝내면 백범 선생이 나의 소원에서 이 말을 하더라고요, 헌헌효효라는 표현을 쓰더라고요. 민주주의가 뭐냐, 헌헌효효다. 시끄러운 거라는 거예요. 이 사람, 저 사람 각자 자기 말 다 해가지고 시끄럽게 막 여러 말이 있는 게 민주주의 국가다. 근데 지금 우리나라 보세요. 뭐만 얘기하면 괴담이다, 뭐만 얘기하면 반국가다. 말을 다 죽이려고 하잖아요. 이거는 다시 그 나의 소원의 딱 한 페이지만 읽어보더라도 아, 이거는 반민주국가의 길로 가는 길이다. 시끄럽게 내버려둘 수 있는 나라가 그게 민주국가다, 라는 걸 다시 알 수 있어서 나라도 시끄럽게 굴어야겠다,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김태형 : (웃음)

▷전우용 : (웃음)

◍류근 : 이미 잘하고 계십니다.

▣강유정 : 네. (웃음)

탁현민 : 아니, 요즘 주변 보면 정말 다들 약간 그렇게 뭐 전에 보던 문학작품에 매료돼 있다거나,

◉김태형 : (웃음)

탁현민 : 아니면 한동안 안 보던 음악, 안 듣던 음악을 듣는다거나.

▣강유정 : 위안이 된다고 생각해요.

탁현민 : 네. 영화를 본다거나. 시를 읽은 친구들도 꽤 많아졌을 거 같아요.

◍류근 : (웃음) 여전히 책은 안 팔리던데. 저기 근데 제가 얘기를 듣다 보니까 자꾸 목이 메이는데 PD님, PD님 어디 가셨어요. 저 물 좀 주세요.

탁현민 : 네, 잘 듣고 있습니다.

◍류근 : 죄송합니다. 제가 지금 여기 와가지고 지금 급하게 오늘 주제를 보니까 제목이 우리를 힘들게 하는 것들이잖아요.

탁현민 : 네.

◍류근 : 이제 윤석열 정부의 무엇이 우리를 힘들게 하는가. 이거 딱 검색을 해보니까 문득 기억이 나가지고. 안톤 슈나크 기억하시죠,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

▣강유정 : 네.

◍류근 : 정말 일상의 아무것도 아닌 사소한 풍경들 하나하나가 다 아름답게 슬프잖아요. 근데 정말 우리는 지금 어떤 시대냐면 일상의 그 사소했던 것들이 다 고통으로 다 정말 괴로움으로 다 느껴지고 있는 시대가 아니냐. 그래서 정말 오늘도 비가 오는데 물에 빠진 놈이 비 온다고 우산을 쓴들 뭐 달라지는 거 없잖아요. 저는 뭐 지금 이 시대가, 이번 정권은 어떤 경우를 특정할 것도 없이 그냥 숨 쉴 때마다 괴롭다. 전면적으로, 총체적으로 괴롭고 혁명적으로 괴롭다. 정말 뭐 숨 쉴 때마다 아이고, 아이고 신음 소리가 절로 나는 중입니다. 제가 죄송한데 집안 얘기를 좀 해야 할 거 같은데, 저희 큰형수님이 배울 만큼 배우고 밥도 드실 만큼 드신 분인데 박근혜 탄핵 이후에 문재인 정권으로 바뀌니까 실제로 그 우울증에 걸려가지고 화병도 걸리고, 공산당, 공산주의자들한테, 빨갱이들한테 나라 뺏겼다, 나라 망했다. 정말 이런 거예요. 그래서 정말 거의 드러눕다시피 하셨는데 급기야는 이제 결국은 광화문 촛불, 아 태극기 집회까지 나가가지고 울분을 토로하고 막 그러기도 하고 그랬어요.

탁현민 : 그 심정 이해가 가신다고 말씀하시는 거예요? (웃음)

◉김태형 : (웃음)

◍류근 : 제가 그래가지고 그때 치매가 일찍 오신 거 아닌가, 이 정도로 걱정을 했거든요. 근데 막상 지금 입장이 딱 바뀌고 보니까 맞아요.

◉김태형 : (웃음)

◍류근 : 우리 큰형수님 심정이 딱 이랬던 게 아닌가. 이게 지금 제가 지금 이해가 된다는 거예요, 제가 지금 딱 그 지경이에요. 그거 그래가지고 갑자기 형수님하고 화해하고 싶다는 생각이 요즘 불쑥 듭니다.

탁현민 : (웃음)

◍류근 : 입장을 좀 바꿔놓고 그럴 수도 있겠구나.

탁현민 : 윤석열 정부가 한 집안의 화해를 이끌어내네요.

◍류근 : 아이, 정말 그 음지가 양지되고, 양지가 음지 된다고 하잖아요. 정말 바뀌어 보니까,

▷전우용 : 수평, 수평적인 문제라고 좀 보기는 어려울 거 같아요.

◍류근 : (웃음)

▷전우용 : 수평적으로써 대척적인 그런 관계는 아니라고 봐야죠.

◍류근 : 그럴 테죠, 그럴 테죠. 근데 아무튼 이 정부는 무엇을 해도 상상 항상 그 이상이잖아요. 뭔가 정말 그 이상을 보여주고 그 바닥을 보여주고 뭐 그러고 있잖아요. 그 하는 짓마다 국민을 부끄럽게 하고 모멸감을 주고 치욕을 남기고 국가적 자존심을 뭉개고 국익을 짓밟고. 참 이렇게 한 번도 예외 없이 저질이기도 힘들 거 같은데 일관성 하나는 인정해줘야죠, 그렇죠?

탁현민 : 너무 우울한 지금 이야기들을 계속하고 있어서,

◍류근 : 제가 그래서,

탁현민 : 주제 자체가 사실은,

◍류근 : 그렇죠.

탁현민 : 힘든 주제이기도 한데,

◍류근 : 그래서 제가 이제,

탁현민 : 뭐 하나 준비하신 거 읽고 다음 주제로 넘어갈까요?

◍류근 : 그래서 우리가 이제 이럴 때일수록 더 지치고 미치고 닥치면 안 되잖아요. 삶에 대한 낙관과 긍정, 희망을 믿어야 돼요. 그 사이 새벽이 오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오늘은 70~80년대 혹독했던 시대의 유명한 금서였죠. 다들 아실 겁니다. 시집 겨울공화국, 양성우 시인.

◉김태형 : 네.

◍류근 : 그분의 시 한 편을 소개해드릴까 합니다. 그 시인은 폭정과 학정과 암흑 속에서도 동포들에게 희망과 위로를 노래하는 존재인 게 맞습니다.

탁현민 : 아, 이제 낭송하시는 건가요?

◍류근 : 네. 이제 자막이 준비돼야 되기 때문에.

탁현민 : 아. (웃음)

▣강유정 : (웃음)

탁현민 : 아, 암송을 하시는지 알았는데.

◍류근 : 살아 있는 것은 아름답다. 양성우. 아무리 작은 것이라도 할지라도 살아 있는 것은 아름답다. 모든 들풀과 꽃잎들과 진흙 속에 숨어사는 것들이라고 할지라도 그것들은 살아 있기 때문에 아름답고 신비하다. 바람도 없는 한 여름날 하늘을 가리우는 숲 그늘에 앉아보라. 누구든지 나무들의 깊은 숨소리와 함께 무수한 초록잎들이 쉬지 않고 소곤거리는 소리를 들을 것이다. 이미 지나간 시간이 아니라 이 순간에 서 있거나 움직이거나 상관없이 살아 있는 것은 아름답다. 오직 하나, 살아 있다는 이유만으로 그것들은 무엇이나 눈물겹게 아름답다. 결국 존버 하자는 뜻입니다.

▷전우용 : 아, 조금만 한마디만 더 할게요.

탁현민 : 네.

▷전우용 : 지금 70년대, 80년대 그 얘기를 하셨으니까 그 시절에 중정이나 대공분실에 끌려가서 고문당한 사람들이 이제 죽음까지 가는 그런 고통 끝에서 그런 제안을 받는대요. 여기서 니가 버텨봐야 소용없어. 가서 검사한테 가서 다 이제 사실대로 말해. 나는 이렇게 쓰라는 대로 써야 되니까 너 고문하는 거야. 그럼 마지막 희망이 있잖아요. 검사한테 가면 혹시라도 내 얘기를 좀 사람같이 내 얘기를 받아줄지도 모른다. 그래서 마지막에 지장을 찍고 검사 앞으로 불려간 거죠. 가면 검사가 뭐 앉자마자 이거 다 거짓말입니다. 다 거짓말입니다. 고문에 못 이겨서 허위자백 한 겁니다, 라고 얘기를 하면 검사가 그런대요. 그러니까 이 조서가 가짜라는 거죠? 그럼 가서 다시 써달라고 그러세요. 자, 그 고문의 현장에서 정말 죽지 못해서 검사 앞으로 왔는데 검사는 다시 돌아가든지 이것 받든지 해라. 이렇게 이제 제안을 하는 거예요. 이 상황이 어떤 걸까. 그러니까 좀 어제 보니까 이제 검찰에서 그렇게 얘기를 했더라고요. 조국 부부의 태도를 봐서 조민 기소여부를 결정하겠다. 딱 이런 상황이에요. 그때 이제 그 검사 앞에 섰을 때 그 사람에게 어떤 희망이 있었을까. 그 인혁당 관계자들의 가족들이 이제 그렇게 나중에 그 억울함에 대해서 기록한 내용이거든요. 이제 그런 느낌이죠. 우리 사회가 지금 갖고 있는 것이 이게, 이걸 모면하기 위해서 선택하는 거 자체가 불가능한 그런 느낌, 선택 자체를 말로는 선택권이라고 하면서 실제로는 죽을 선택밖에 안 주는 그런 느낌. 이런 것들을 이제 대리 체험들을 하고 있기 때문에 정말 겪는 사람들은 어떨지. 그래서 70~80년대가 계속 요즘 떠오르는 상황이죠.

◍류근 : 정말 일관성으로는,

탁현민 : 그러니까 70년대와 80년대에 겪었던 그때의 사회적인 분위기나 느껴지는 감정이 상당히 유사하다, 이렇게 느끼시고 계신 거죠?

▷전우용 : 아니, 지금 예를 들어 똑같은 거예요. 니가 반성하면 니 자식은 기소 안 할게. 이렇게 얘기를 하는 그런 얘기들을,

◍류근 : 저쪽도 그렇잖아요.

▷전우용 : 그런 얘기들을 봤어요. 니가 이게 거짓말이라고 그러면 다시 가서 고문 다시 받아야 돼. 그냥 인정하고 여기다 지장 찍고 그냥 너 사형 당해. 이게 당시의 검사의 제안이었거든요, 인혁당 관계자들에 대한. 근데 그게 바로 연상이 되는 거예요. 이게 뭐, 솔직히 이런 선택이 어디 있어, 이런 선택권을 주는 것이 이게 말이 되는 거냐. 다 쥐고 있으니까.

탁현민 : 참 이게 강유정 선생님.

▷전우용 : 그러니까 인간, 우리가 겪었던. 그래서 70~80년대보다는 사람이 나아졌다, 역사가 발전했다고 느끼는 거는 이제 그런 인간성은 우리 주변에서 좀 보기 어렵다. 이근안이 잘난 체하는 그런 시대는 아니지 않느냐까지 왔었는데. 아, 이제 다시 또 그 밑으로 떨어지고 있구나, 라는 느낌을 받게 되는 게 바로 그런 멘트였거든요.

탁현민 : 저는 그게 제도와 시스템의 붕괴가 크게 한 몫을 했다고 생각해요. 인간의 심성의 변화가 크고 작고 간에 그건 사람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상당히 유동적인 거면 그거를 어떻게든지 나은 방향으로 끌고 가려고 하는 거는 제도와 시스템일 거 아니에요. 제가 아까 말씀하셨던 80년대 얘기를 들으면서 문득 생각난 게 그 대공분실 있잖아요. 그쪽에서 저희가 민주화 운동 6.10 항쟁 기념행사를 마지막으로 한 번 했었는데 그 자리에서 제가 그 공간을 보면서 느꼈던 것 중에 가장 충격적이었던 건 그 건물 자체가 상당히 고문에 용이하도록 지어졌더라고요.

▷전우용 : 아니 설계 자체를 그렇게 했어요, 애초에.

탁현민 : 그건 의도죠. 그 의도가 그러한 결과를 만들어내는 데 상당히 기여했던 게 아닌가. 그래서 오늘 아마, 오늘 같이 좀 무거운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긴 했는데, 강유정 선생님은 조금 재미있지 않았을까, 뭐 여러 이야기가 나오지 않았을까 기대하셨던 거 같은데 상당히 비오는 날 같이 축 쳐져가지고.

◉김태형 : (웃음)

탁현민 : 짧게 한마디씩 하시고 정리할까요?

◉김태형 : 뭐 연관돼서 한마디만 하면 뭐 저도 전 교수님처럼 사실은 똑같다. 옛날에 독재 정권을 군사 독재 정권이라고 부른다면 또는 뭐 군사 파쇼 정권이라고 부른다면 오늘날의 정권은 검찰 독재, 검찰 파쇼 정권이라고 부르는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내용적으로는 똑같다. 근데 한 가지 달라진 것은 과거에서 노골적인 물리적 폭력을 사용했죠. 잡아다가 때리고 물고문, 전기고문 하고 이랬습니다. 근데 그거는 우리가 싸워서, 국민들이 싸워서 못 하게 막아놨어요. 고문을 하지 못 하게. 그래서 지금은 그렇게 물리적 폭력을 사용한 고문은 못 하는데 정신적 폭력, 정신적 학대를 동원한 고문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이제 고문의 형태가 바뀐 거죠. 학교 폭력도 계속 제동을 거니까 처음에는 주먹으로 주로 애들을 때리다가 요즘에는 SNS 같은 거로 폭력을 하잖아요. 이제 이런 식으로 바뀌었듯이 폭력의 양상과 형태가 바뀌었을 뿐 똑같다, 본질은 똑같다. 근데 뭐가 더 견디기 힘드냐면 저는 정신적 고문과 학대가 더 견디기 힘들다고 봐요. 더 견디기 어렵고 힘듭니다. 사실 맞는 게 나아요, 차라리. 그렇게 괴롭히는 것보다는. 그런 점에서 이 정권은 뭔가 최악이다. (웃음)

탁현민 : 근데 심리학자가 맞는 게 낫다고 그러니까 상당히. 이게 뭔가 심리적인 충격보다, 이게 맞으면 심리적인 충격이 같이 오는 거 아닌가요?

◉김태형 : 근데 맞으면 두 개예요. 하나는 공포에 질리는데 그 순간에는, 겁이 많은 사람은. 또 한편으로는 굉장히 반발심이 생겨요. 때리면 저항하고 싶은.

탁현민 : 반사적으로.

◉김태형 : 네. 아, 안 되겠다. 이런 극악무도한 놈들하고 맞서 싸워야 되겠다. 이게 눈에 보이잖아요, 때리는 게. 근데 교수님 말씀하신 것처럼 은근하게,

탁현민 : 말려 죽이는 거죠.

◉김태형 : 살살 말려 죽이고 주변 가족들 털고 압수수색 계속 들어가고 이러면 엄청 잔인한 모습처럼 보이지는 않지만 당하는 입장에서는 피가 말리는 겁니다.

◍류근 : 지금 교수님(전우용) 스타일이 딱 그거잖아요.

◉김태형 : 네네. (웃음)

◍류근 : 조곤조곤 조지잖아요.

▣강유정 : (웃음)

◉김태형 : 그래서 옛날에 노동 운동하면 경찰 투입해서 팼거든요. 그때보다 손해배상청구 하면서 괴롭힐 때 자살률이 더 높아요.

◍류근 : 오.

◉김태형 : 노동자들이 훨씬 더 자살 많이 해요.

◍류근 : 그럴 수 있죠.

◉김태형 : 네. 엄청 견디기 힘들어요, 그런 게.

◍류근 : 압박감이.

◉김태형 : 이제 그런 점에서 훨씬 더 잔인해지고 교묘해졌다. 근데 본질은 똑같죠.

탁현민 : 네. 오늘 뭐 한마디씩 다 듣기로 했는데 사실 시간보다 원래 좀 더 많이 이야기를 나누고 다른 주제보다는 주제가 무거워서 그런지 다른 주제로 가기가 상당히 어렵네요.

▣강유정 : 아, 저는 한마디만 할게요.

탁현민 : 네.

▣강유정 : 투표할 수 있잖아요. 우리 권리를. 그렇게 보여줄 수 있으니까, 예전에는 투표도 못 할 때도 있었으니까. 투표, 투표할 수 있습니다.

◍류근 : 지금 그 아까 시스템하고 제도의 붕괴를 말씀하셨는데 그렇다 할지라도 인간성의 붕괴로까지 가진 말자, 라고 좀 당부 드리고 싶습니다.

탁현민 : 뭐 시인과 심리학자와 역사학자와 인문학자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류근 : 책 좀 사주세요. (웃음)

◉김태형 : (웃음)

탁현민 : (웃음) 네. The 살롱 여기까지 하도록 하겠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김태형 : 네.

◍류근 : 수고하셨습니다.

 

 

 

https://www.youtube.com/live/38EqEE0HLpI?feature=share&t=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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