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제2공장] - 전화연결
봉쇄 조치 완화한 영국..일상으로 복귀?
“집단면역 아직 멀어..경제 어려워 내린 결정”
- 정재훈 (영국 교민)
▶ 김어준 : 영국이 1월 달 내렸던 봉쇄령을 며칠 전에 완화하면서 국내 언론들이 백신으로 집단면역에 도달해서 영국이 환호하고 있다, 이런 기사들 연속으로 냈죠. 실제 영국 현지 상황은 어떤지 잠깐 짚어 보겠습니다. 영국 교민 도슨트 정 씨 연결되어 있습니다. 안녕하십니까.
▷ 정재훈 : 안녕하세요, 공장장님.
▶ 김어준 : 영국에 계신 지는 지금 한 20여 년 되셨죠?
▷ 정재훈 : 94년부터 왔으니까 한 25년 넘은 것 같습니다.
▶ 김어준 : 하도 우리 언론들이 영국이 일상을 되찾았다는 보도가 이어져서 실제 어떤지 잠깐 짚어 보려고요. 한국에서 영국이 백신 접종으로 일상을 되찾았다, 연속 보도가 계속 나오던데. 실제 일상을 되찾았습니까?
▷ 정재훈 : 그냥 단순하게 이야기하면 전혀 일상을 되찾은 게 아니고요. 완전 봉쇄 최고치가 5단계였는데 4단계로 줄인 겁니다. 그러니까 절대 아직까지는 아무것도 아닙니다.
▶ 김어준 : 아무것도 아닌 정도는 아니지만 어쨌든 5단계가 4단계가 되었다.
▷ 정재훈 : 그러니까 저희 생각에는 감옥에서 갇혔다가 잠깐 하루 정도 외박 보낸 정도지. 아직까지는 저희들 6명 이상 만날 수도 없고요. 가족들하고 아무리 외식을 해도 실내는 절대 못 들어가고 밖에 야외에 있는 식당만 갈 수 있고요.
▶ 김어준 : 그러니까 야외에서도 5명 이상 못 만나요?
▷ 정재훈 : 예. 그러니까 6명 넘으면 절대 안 됩니다, 아직까지도. 그러니까 한국에 있는 지금, 제가 한국 상황을 정확히 모르겠지만 한국의 최악 봉쇄 조치도 저희 여기 4단계보다는 안 될 거예요. 그러니까 여기는 아직도 1월 달보다는 심하지는 않지만 3천 명씩 나오고 있습니다, 확진자가.
▶ 김어준 : 매일 3천 명씩.
▷ 정재훈 : 예.
▶ 김어준 : 그러니까 한국의 가장 강한 조치보다 더 강한 조치가 여전하다.
▷ 정재훈 : 제가 듣기로는 제 친구들은 다들 원하면 식당가서 밥도 먹고 그럴 수 있다는데 여기는 그냥 올해 한 120일 동안 갇혀 있는데 사람들이 너무 답답해하니까 머리 좀 잘라라, 머리도 자를 수 있게 하고. 그리고 밖에서는 나가서 만날 수 있지만 6명은 안 된다. 그러니까 아직까지는 일상은 영국 정부의 로드맵에 의하면 6월 27일 날이 완전 봉쇄가 풀리는 그때입니다. 아직까지는 아무것도 아닙니다.
▶ 김어준 : 목표 일정이 6월 달이군요. 6월 말.
▷ 정재훈 : 그것도 상황에 따라서요. 만약에 남아공 변이바이러스가 또 심해진다든가 유럽에서 바이러스가 또 온다든지 그러면 언제든지 바뀔 수 있다고 정부에서 계속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 김어준 : 전화기에서 약간만 입을 떨어트려 주십시오.
▷ 정재훈 : 아, 예. 죄송합니다.
▶ 김어준 : 선생님 입김이 꽤 강하네요. 그래서 파열음처럼 들려 가지고. 5단계에서 4단계 정도 낮춘 것이고, 실내에서는 여전히 아무도 식사할 수가 없고. 우리 언론 보도로는 일상으로 복귀했다고 맥주 파티를 하는 장면이 있는데 그건 야외에서만 일시적으로 가능하다는 거죠?
▷ 정재훈 : 예, 그렇습니다. 절대로 실내에 있는 모든 식당이나 펍은 열 수가 없고요. 당연히 큰 레스토랑이나 또는 펍 중에 좀 큰 데는 여기 펍 가든이라고 있어 가지고 그런 데만, 그래서 거기서도 종업원들은 모두 마스크 쓰고 또는 보호막을 하고, 그러고 있어도 6명 넘으면 또 안 되고요.
▶ 김어준 : 알겠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120일 동안 아무 데도 못 가게 했다가 한 번에 풀면 이게 또다시 확산의 어떤 기점이 될 거라는 우려들도 있을 것 같은데, 영국 내에서도.
▷ 정재훈 : 그러니까 여기 현지 분위기는 당연히 시민들이나 가게들은 너무 신나서 여기 말로는 고삐 풀린 망아지 같다고 그러는데요. 정부나 의료 당국에서는 혹시나 이렇게 너무 사람들이 많이 한꺼번에 몰려나와서 다시 얘네 표현으로는 공든 탑이 무너질까 봐 사실 사람들한테 굉장히 거리 두기나 마스크 쓰기나 손 닦는 걸 엄청나게 강조하고 있습니다.
▶ 김어준 : 그렇겠죠. 그런데 이제 더 이상 가둬 놨다가는 이제 경제 문제도 있고 사람들이 인내력의 한계도 도달하다 보니까. 그리고 백신도 물론 접종이 많이 이루어져서 야외에서 맥주 마시는 정도는 가능한 것 아니냐, 이 정도로 푼 것 아닙니까? 그리고 미용실 정도 갈 수 있게 하고.
▷ 정재훈 : 예. 사람들이 미용실도 또 여자분들이 너무 좋아하셔 가지고요. 그리고 남자들은 야외에서 축구 같은 걸 좋아하니까. 그런데 이제 경제 상황은 여기가 정말로 아주 처참합니다. 100년 넘은 기업들이 도산한 데가 너무 많고요. 그다음에 한국으로 하면 신세계 같은 한국 제일 오래된 백화점 데베넘스 같은 데도 망했고, 거기다가 옥스퍼드 캠브릿지 다음으로 제3의 교육 도시, 항상 조용하고 안전한 도시인데 그 교육 도시에서 3월 달에 처음에는 작은 데모로 시작했다가 마지막에는 엄청난 폭동으로 일어났습니다. 그래서 여기 경찰 당국에서도 정부한테 이러다가는 시민들의 폭동이 심해지니까 좀 풀어 달라. 그게 이 결과입니다.
▶ 김어준 : 알겠습니다. 전반적인 분위기는 알겠고요. 두 가지만 더 여쭤보겠습니다. 하나는 영국에서 아스트라제네카 접종자가 2천만 명을 넘어간 걸로 전해 듣고 있는데.
▷ 정재훈 : 예, 3월 달에 2천만 명이 넘었습니다.
▶ 김어준 : 2천만 명이면 엄청난 숫자인데. 영국 내에서 혹시 아스트라제네카 관련해서 문제가 많다는 보도가 있거나 사람들이 불신하거나 또는 백신 이런 경우 백신 접종 후기를 서로 막 공유하기 마련인데 그 과정에서 접종 거부 사태가 일어난다든가 그런 기사가 쏟아진다든가 그런 건 없습니까?
▷ 정재훈 : 유럽에서는 그런 기사가 좀 많이 나오고요. 그리고 또 그것을 믿고 빠지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거부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일단 제 생각은 영국은 아스트라제네카가 옥스퍼드 대학이 공동 개발을 한 거라 얘네들은 영국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자부심이 굉장히 높습니다. 그러니까 화이자보다 아스트라제네카를 먼저 믿었고 제일 먼저 사람들이 자율적으로 맞게 했고요. 사실 저는 개인적으로 또 아스트라제네카를 3주 전에 맞았습니다. 그런데 여기 맞기 전에 사람들끼리 서로 다 이야기하는데 다들 아스트라제네카에 대한 신뢰도가 높기 때문에 별로 걱정 안 하고 그리고 2천만 명이 넘다 보니까 이제는 과학적으로, 의학적으로 모든 안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그거에 대한 이야기는 영국에서만큼은 없습니다. 그래서 2차 바이러스 맞을 때도 사람들이 다 아스트라제네카를 선호하고 있습니다.
▶ 김어준 : 2천만 명 중에 현재까지 확인된 사망 사례도 없죠?
▷ 정재훈 : 직접적으로 사망한 건이 단 한 건도 없습니다. 그러니까 100명 중에 한 명이 죽어도 1%인데 2천만 명 중에 한 명도 없습니다.
▶ 김어준 : 한 가지 더 여쭤볼 사안은요. 영국 아카데미에서 윤여정 씨가 수상을 하면서, 여우조연상을. ‘snobbish’ 라고 잘난 체하는 영국인들이라는 표현을 썼지 않습니까? 그런데 이게 이제 우리 입장에서는 이 뉘앙스가 영국 사람들한테는 어떻게 전달될지 잘 몰라서. 우리 입장에서는 통쾌한데. 영국 사람들은 이걸 어떻게 받아들입니까?
▷ 정재훈 : 사실 그다음 날 제가 아는 친구들이 몇 명 있는데 의사나 교수분들이 계신데 그런 분들이 너무 재미있게 봤었다고. 뭐냐 하면 사실은 snobbish, snobbery가 잘난 체 + 약간 속물근성이거든요. 그런데 이제 영국에서 윤여정 씨에 대한 인지도는 전혀 없어요, 사실.
▶ 김어준 : 제로였겠죠.
▷ 정재훈 : 박찬욱 감독님도 아니고. 그런데 그런 분이 영국의 가장 전통적인 영국 아카데미 상을 수상하시면서 뭐라고 그런 거냐 하면 ‘야, 내가 니네 영국 애들이 속물근성 있는 거 아는데 나한테 이 상 줘서 너무 고맙다’ 는 식으로 영국 애들은 받아들여서 엄청나게 며칠 동안 BBC, 가디언, 인디펜스 문화면 톱 뉴스로 나왔습니다.
▶ 김어준 : 그러니까 톱 뉴스가 됐다는 건 불쾌해서 톱 뉴스가 될 수도 있고 거꾸로 그게 재미있고 쿨해서 톱 뉴스가 될 수도 있는데 어떤 쪽으로 받아들인 겁니까?
▷ 정재훈 : 반반인데.
▶ 김어준 : 반반이에요?
▷ 정재훈 : 예. 기분 나쁘다는 사람도 있지만 한 코미디언이, 우리나라 말로 하면 좀 유명한 코미디언이 뭐라고 했냐 하면 이 역사가 74년이거든요. “74년 바프타 역사 인터뷰 중에 가장 귀가 솔깃해지는 인터뷰” 라고 그랬어요.
▶ 김어준 : 그걸 굉장히 재미있게 받아들이는 분들도 있고 야, 멋지다, 이렇게 말하니까. 또 우리를 어떻게 안다고 이렇게 속물이라고 해? 기분 나빠하는 분들도 있는데, 어쨌든 그 자체로 화제가 됐다.
▷ 정재훈 : 예. 왜냐하면 주위의 모든 제 친구들이 뭐라고 하냐 하면 야, 그 윤여정 여사 정말 대단하다. 왜냐하면 영국 사람들이 상을 주는데 영국 사람들한테 너네 속물, 꼰대라고 이야기한 거거든요.
▶ 김어준 : 재미있네요. 영국 사람들의 반응이 직접 궁금했습니다.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 정재훈 : 예, 항상 감사합니다.
▶ 김어준 : 영국 교민 도슨트 정 씨였습니다.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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