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제1공장]
인수위, 한전 독점 판매 개방..전력시장 영향은?
“우회 민영화..소수 대기업의 독과점 시장될 것”
- 정세은 교수 (충남대 경제학과)
▶ 김어준 : 지난 28일 인수위가 “한국전력의 독점 판매 구조를 점진 개방하겠다.” 이게 무슨 뜻일까요? 전력 시장의 민영화 아니냐 하는 우려 있어서 짚어 보겠습니다.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 모셨습니다. 안녕하십니까.
▷ 정세은 : 예, 안녕하세요.
▶ 김어준 : 공기업 민영화 혹은 뭐 선진화, 정상화, 합리화, 이런 용어는 벌써 MB 정부부터 10년 이상 이어져 왔지 않습니까?
▷ 정세은 : 네.
▶ 김어준 : 제가 발음이 안 좋아서 정세현으로 들리셨던 분도 있는데 정세은 교수님입니다. 죄송합니다. 보수 정권이 들어설 때마다 항상 반복되는 건데 이번에는 또 한국전력 독점 구조를 개방한다는 취지로. 정확하게 어떻게 한다는 건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이게 이제 ‘독점’이라는 용어부터 잘못된 용어 아닙니까?
▷ 정세은 : 그렇죠. 사실 국가가 독점을 한다고 하는 것은 우리가 보통 ‘독점’ 하면 부정적으로 인식을 하는데, 독점 기업이 이익을 다 가져간다, 이렇게. 국가가 독점을 한다고 하는 것은 그 이익이 결국 국민에게 돌아오는 것이고, 공기업이기 때문에 이윤을 발생시키지 않기 때문에 독점을 한다고 해도 독점 이윤이라든가 이런 문제는 없거든요. 그러니까 이런 경우에까지 ‘독점이다’ 이런 식으로 용어를 사용하는 것은 약간 국민들에게 부정적인 인식을 심어 줘서, 무조건 독점이 아닌 것이 좋은 것처럼 인식을 심어 줘서 한전의 독점 구조를 깨야 한다고 하는 약간 말이 안 되는 그런,
▶ 김어준 : 프레임을 만들려고 하는 거죠.
▷ 정세은 : 네, 그런 뉘앙스가 있죠.
▶ 김어준 : 민영화 혹은 이럴 때 등장하는 단어가 정상화 또는 합리화.
▷ 정세은 : 선진화, 이런.
▶ 김어준 : 선진화. 그렇죠. 선진화. 그 방향으로 가려고. 그런데 결국은 그 뜻은 다 민영화 아니냐. 거기로 가려고 일단 지금 상태를 부정적으로 묘사하고 그걸 바꿔서 개방으로 간다. 개방도 좋은 뜻이잖아요.
▷ 정세은 : 예, 맞아요.
▶ 김어준 : 그런데 이제 걱정은 말씀하셨다시피 국가가 해야 할 일을 민간에 나눠줘서 좋은 꼴 안 나오는 경우가 많아서 저희가 걱정하는 거죠. 한마디로 말하면 전기요금이 올라간다든가. 그런데 그러면서 드는 예들이 똑같지는 않은데 과거에 SRT가 이 철도공사가 하던 사업을 그중에서 돈 되는 구간만, 시간대만 떼서 민영화로 가는 중간 단계를 거치고 있는 것 아니냐, 이런 우려가 있지 않습니까?
▷ 정세은 : 예.
▶ 김어준 : 설명 좀 해 주십시오.
▷ 정세은 : 그러니까 지금도 KTX가 SRT하고 분리된 것이 그렇게 민영화를 시키려면 한꺼번에 매각하기보다 이렇게 잘라서 매각하는 것이 훨씬 좋고 그러려면 조금 더 성과를, 경영 성과를 높여 놓는 것이 비싸게 팔 수 있기 때문에 그렇게 추진이 되는 것 같고. 한전도 이미 외환위기 이후에 그때의 민영화가 추진되면서 지금 6개의 발전사로 자회사가 쪼개져 있었거든요. 그러다가 민영화를 하려다가 국민의 반대가 심하니까 지금 멈춰 있는 그런 상태인데, 이것이 민영화가 된다고 하면 이런 건 있습니다. 가격은 사실은 지금의 한전 체제하에서도 너무나 과도하게 원가보다도 낮은 전기로 파는 것은 공기업에게도 좋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공기업도 계속해서 투자하고 망 투자, 신재생 투자, 이런 것들을 해야 되는데. 그래서 원가를 반영하지 않는 구조 자체는 어떤 시장이든 공기업이든 개선이 돼야 되는데 문제는 이것하고 독립적으로 공기업 체제가 아니라 민영화된다거나 시장 위주로 가게 된다고 하면 당연히 민간 기업은 수익성을 추구하는 기업들이고 원가뿐 아니라 거기에 이윤을 더 얹어서 판매하게 되기 때문에,
▶ 김어준 : 당연히 그렇죠.
▷ 정세은 : 이건 그냥 단순하게 생각해도 같은 일을 공기업이 하냐, 같은 일을 민간 기업이 하냐. 효율성이 비슷하다고 하면 당연히 공기업이 하는 것이 국민 전체에게는 바람직하죠.
▶ 김어준 : 국민 전체를 상대로 한 전기나 수도 같은 것은 그래서 민간으로 넘어가면 안 된다고 하는 인식이 우리 국민 일반에 굉장히 강력하게 있는데, 그런데 계속해서 이런 시도가 있어 왔죠. 왜냐하면 그게 워낙 안정적으로 돈이 크게 되지 않습니까? 전기 같은 경우도 이미 이제 발전은 민간에 넘어가서,
▷ 정세은 : 시장 개방이 많이 됐습니다.
▶ 김어준 : 시장 개방이 많이 됐죠.
▷ 정세은 : 30%는 민간 대형 발전사들이, 민간 기업들이 SK나 이런 데가 LNG 발전으로 들어와 있죠.
▶ 김어준 : 그렇죠. 거기가 수익성이 훨씬 좋다면서요.
▷ 정세은 : 또 이제 민간 기업을 끌어들이면서 뭔가 또 유인책을 주기 위해서 해외에서 싸게 LNG를 구입할 수 있는 그런 독점적인 어떤 권한을 줘서 연료를 싸게 구입해요. 판매하는 가격은 똑같아도 연료를 싸게 구입하기 때문에,
▶ 김어준 : 처음부터.
▷ 정세은 : 예, 수익이 좀 많이 나는 그런 구조죠.
▶ 김어준 : 그러니까 왜 민간을 끌어들여야 했었죠?
▷ 정세은 : 그게 외환위기 1990년대 당시에 전 세계적인 분위기가 신자유주의적 개혁이 바람직하다. 그리고 우리에 앞서서 유럽이나 미국이 이미 시장 개방을 자기 나름의 논리에 따라서 했거든요. 그런데 우리는 외환위기 직후에 한국 경제가 그동안 너무 국가가 과도해서 외환위기를 맞았다, 다른 나라들도 다 그렇게 한다.
▶ 김어준 : 그 참에.
▷ 정세은 : 예, 그래서 사실은 어떤 바람, 분위기, 이런 것이지 실제로 이런 민영화나 시장 개방이 바람직하다고 하는 것은 검증된 적이 없습니다.
▶ 김어준 : 그래서 그 방향으로 가다가 이제 노무현 정부 때 멈췄어요.
▷ 정세은 : 그렇죠.
▶ 김어준 : 제 기억에는. 이건 편익은 불확실한데 이로 인한 위험은 너무 크다 그래서 노무현 정부에서 멈췄는데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그 방향으로 계속 가고자 했고, 일부는 갔고, 일부는 또 못 갔고 하는데 이제 다시 그 방향으로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전력시장 같은 경우에 특히나 민영화된 나라들이 있잖아요.
▷ 정세은 : 네.
▶ 김어준 : 그런 나라들이 예를 들면 텍사스에서도 최근에 그랬던 것 같고 캘리포니아에서도 정전 사태가 나기도 했고. 민영화되면서 부작용들이 드러난 사례가 많지 않습니까?
▷ 정세은 : 예, 그러니까 2004년에 우리가 민영화를 추진하다가 노무현 정부 때 멈췄던 이유 중 하나가 바로 그러한 부작용 사례 때문이었거든요. 우리보다 앞서서 민영화하고 시장 개방을 했던 국가들이 잘 되는 시기도, 괜찮았던 시기도 있지만 그렇게 대형 사고가 발생한다거나 아니면 이렇게 가격이 너무 급변동한다든가 이런 식으로 불안정함을 야기했고 또 한편으로는 가격이 싸지는 게 아니라 오히려 수익성을 추구하는 민간 기업이 많이 들어오니까 가격도 상승하고.
▶ 김어준 : 당연히.
▷ 정세은 : 그래서 좋은 일이 없다 보니까 2004년에 멈추자고 했거든요. 사실은 그 멈춘 다음에 쪼갰던 발전사들을 사실은 이걸 통합시켰어야 된다고 저는 생각을 해요.
▶ 김어준 : 그 불씨를 계속 남겨 뒀다가,
▷ 정세은 : 그렇죠. 불씨를 남겨 뒀고 이것을 같은 일을 나눠서 하니까 관리 부서가 많아지는 거고 영세한 서로 과잉 경쟁이 발생하는 거고 오히려 비효율성이 발생하고 있거든요. 그 상태로 쭉 오면서 계속해서 제가 봤을 때는 어떤 민영화의 시점을 좀 간을 보고 있는 건 아닌가. 이번에 발표한 인수위 발표 자료가 ‘민영화하겠다’ 이런 내용은 없지만,
▶ 김어준 : 개방한다고.
▷ 정세은 : 시장 개방을 하겠다고 해서 시장 개방이 진행되면 결국에는 그건 어떤 시점에 가서는 민영화 수순으로 갈 수가 있는 거죠.
▶ 김어준 : 그래서 이제 ‘우회 민영화’라고 표현을 하셨던데. 그러니까 직접 한전을, 한전 자체를 민영화하는 게 아니라 한전이 하는 활동 중에 수익 발생이 되는 그 길목에 민간이 들어와서 민간이 안정적으로 수익을 가져가도록 구조를 짜 주면,
▷ 정세은 : 정확하십니다. 정확하십니다.
▶ 김어준 : 그게 민영화 아닙니까?
▷ 정세은 : 특히 이제 한전에서 송전 부분은 시장 개방론자든지 누구든지 송전은 한전이 한다.
▶ 김어준 : 돈이 들어가고 보수해야 하고 설비해야 하고. 그건 나라에서 해라, 이거 아니에요?
▷ 정세은 : 그렇죠. 그건 한다. 그걸 계속할 것이기 때문에 한전은 계속 공기업으로 남아 있을 것이기 때문에 민영화를 하지 않는 것이다. 자꾸 왜 우리가 민영화 안 한다고 하는데 민영화한다고 그렇게 이야기하냐고 하는데 이제 그거는 좀 진실을 가리고 있는 것이죠.
▶ 김어준 : 그러니까 이제 그래서 제가 이제 코레일과 SRT의 관계와 비슷한 것 아니냐. SRT도 열차를 코레일에서 빌려 쓰는데, 그런데 코레일이 발행한 채권보다 이자율이 더 낮은 비용만 지급하더라고요. 그러니까 코레일은 빚을 지면서 열차를 빌려주는 구조니까. 그리고 철도 노선 보수도 하고. 돈 안 되는 것은 코레일이 하고, 돈이 되는 부분만 SRT가 가져가고. 나중에 SRT를 이사회에서 완전한 민자로 바꿔 버리면 어떻게 할 거냐. 중간 단계에 와 있는 것 아니냐, 이렇게들 지적하지 않습니까?
▷ 정세은 : 그러면 또 이런 이야기죠. 코레일이 공기업이어서 일을 못한다.
▶ 김어준 : 그런 논리를 계속 쌓아 가고 있죠.
▷ 정세은 : 그렇죠. 지금 한전 같은 경우에도 쪼개 놓은 다음에 또 여러 가지 제약을 많이 가해요. 인력을 마음대로, 그건 공기업으로서 당연히 해야 되는 거니까. 그런데 공기업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하기 때문에 민간적인 차원에서의 그런 재무적인 성과가 나는데 여러 가지 규제를 하면서 능력이 없다, 비효율적이다, 그런 식으로 또 평가를 하는 거죠.
▶ 김어준 : 돈을 못 벌게 해 놓고. 사실은 공기업은 돈을 버는 자체가 목적은 아니니까. 그런 규제를 해 놓고 혹은 민간이 돈을 벌 수 있게 해 준 다음에 ‘봐라, 이렇게 민영화하니까 돈을 여기는 잘 벌고 효율적으로 돌아가지 않느냐’ 그렇게 하려고 하는 것 같은데. 그런 의심이 강력하게 있는 거죠, 지금.
▷ 정세은 : 시간이 짧으니까 말씀을 길게 드리지 못하지만 하나는 어쨌든 민간 기업이 들어오는 것은 전력산업에서 전력산업이라고 하는 것의 특성을 생각해 보면 그렇게 바람직하지 않다. 이게 필수제다.
▶ 김어준 : 필수제죠.
▷ 정세은 : 그리고 이게 자본이 많이 들기 때문에 영세한 기업이 들어와서 마음껏 이렇게 경쟁하는 체제가 아니고 결국에는 소수의 대기업이 들어오게 되는 건데 그런 것이 진짜 개방의 이점이라고 할 수는 없고. 그런데 한 가지 지금처럼 공기업 체제를 유지한다고 해서 계속해서 원가보다 싼 전기값을 매기는 것 자체는 또 그 나름의 문제가 있기 때문에 저는 그렇게 생각해요. 공기업을 제대로 활용하면 우리가 그래도 민간 기업 활용하는 것보다 에너지 전환이 돈이 많이 들거든요. 그것을 조금 더 효율적으로 싸게 할 수 있다. 그런데 정부에서는 지금 비효율적으로 공기업을 이렇게 만들어 놓고서 계속해서 손발을 묶어 놓은 다음에 어떻게든 시장을 자꾸 활용하려고 하는,
▶ 김어준 : 그런 거죠.
▷ 정세은 : 수익성을 제공하면서 시장을 이끌려고 하는데 그것 자체가 더 비싸게 이 에너지 전환 과정이 누구의 수익 창출의 큰 판이 열리는 그런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겠다.
▶ 김어준 : 그러려고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의심을 하는 거죠, 지금. 여기 이제 대기업이, 그러니까 판매를 개방한다고 표현했는데 판매가 시장화되면 그러면 대기업들이 당연히 들어올 것 아닙니까, 여기도?
▷ 정세은 : 그리고 대기업들 이미 발전을 하고 있는 대기업들이 있거든요.
▶ 김어준 : 30%는 이미 대기업들이 하고 있고.
▷ 정세은 : 얘네들은, 거기다가 걔네들이 망도 있어요. 자기 제품을 판매하는 기존의 망도 있잖아요. 특히 SK 같은 경우는 통신망도 있고 하니까 그 소비층을 또 전기를 판매하는 소비층으로. 그냥 저의 상상이에요. 그냥 상상인데. 그러면 예전에,
▶ 김어준 : 망 사업자가 인터넷 깔 때처럼 ‘전기 요금도 싸게 해 줍니다’
▷ 정세은 : 그렇죠.
▶ 김어준 : 그런 복합 상품도 가능할 수도 있겠네요.
▷ 정세은 : 그렇죠. 그러니까 예전에 한전이 발전에서 판매까지 쭉 하다가 지금은 막 쪼개져 가지고,
▶ 김어준 : 6개로 쪼개져 있죠.
▷ 정세은 : 다 한다고 하지만 이게 통합돼서 운영이 되는 게 아니라 발전 따로, 판매 따로 이렇게 이런 상태인데 만약에 민간 대기업에게 발전도 하고 판매도 하라, 이렇게 해 버리면 사실 예전에 한전이 하던 역할을 민간이 할 수 있고, 민간은 전 세계에서 연료까지 싸게 구입할 수 있고. 이거는 되게 심각한 문제죠.
▶ 김어준 : 경쟁이 안 되겠네요.
▷ 정세은 : 심각한 문제죠.
▶ 김어준 : 처음에는 한전 요금보다 더 쌀 수도 있겠습니다.
▷ 정세은 : 그럴 수도 있죠.
▶ 김어준 : 우리가 휴대폰이나 인터넷 결합 상품들 있잖아요, 요즘. 그 결합 상품에 끼어 들어가서 전기 요금이 떨어지는 효과를 처음에는 누릴 수도 있을 것 같은데, 한번 그렇게 옮겨간 다음부터는,
▷ 정세은 : 그럴 수 있죠. 지금 나온 건 너무 간단한 거여서 어떤 사람들은 상상력이 과도하다, 이렇게 할 수도 있지만,
▶ 김어준 : 상상력 과도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 정세은 : 좀 진행되어 온 걸 보면.
▶ 김어준 : 지금까지 진행되어 온 역사를 보면 항상 이 방향으로 일관되게 가려고 했었어요. 그랬는데 이제 이명박 정부 시절의 인사들도 많이 복귀하고 있으니까, 차기 정부에서. 또다시 그 방향으로 가려고 하는 것 아니냐, 이런 우려를 하셔서 저희가 교수님을 모셔 봤습니다. 자, 이 사안은 여기서 그칠 게 아니라 앞으로 더,
▷ 정세은 : 그럼요.
▶ 김어준 : 우려되는 지점들이,
▷ 정세은 : 예의 주시해야죠.
▶ 김어준 : 예의 주시할 사안이라 교수님을 자주 모셔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정세은 교수였습니다. 감사합니다.
▷ 정세은 : 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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