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제3공장] -사전녹음
국제 콩쿨 무대 집어삼킨 ‘코리안 신드롬’
유럽에서 바라본 K클래식의 비결은?
- 티에리 로로 감독 (다큐멘터리 ‘K클래식 제너레이션’)
▶ 김어준 : 최근 몇 년간 한국 클래식 연주자들이 세계 무대에서 주목받고 있다고 합니다. 이 K-클래식을 주제로 한 다큐멘터리가 하나 나왔습니다. 벨기에 다큐멘터리 감독 티에리 로로 씨 스튜디오에 직접 모셨습니다. 안녕하십니까.
▷ 티에리 로로 : 안녕하십니까.
▶ 김어준 : 바로 한국말이 나오시네. 자, 본인 소개부터 먼저 부탁드리겠습니다.
▷ 티에리 로로 : 저는 1996년부터 TV 프로듀서로 활동을 하면서 퀸 엘리자베스 대회를 주로 촬영을 하고 벨기에 TV를 위한 음악 프로그램들을 감독한 티에리 로로라고 합니다. 시청자들이 어떤 연주를 듣느냐도 제가 결정하는 일입니다. 그래서 카메라 같은 경우도 14대가 있고요. 더 중요한 거는 파이널 리스트들을 인터뷰하는 역할도 제가 하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 음악 뮤지션들에 대해서 굉장히 잘 알고 있죠.
▶ 김어준 : 그러면 총감독이신 건데 퀸 엘리자베스 대회라는 게 클래식을 모르시는 분들은 생소할 수 있는데 이게 굉장히 큰 대회인가 보죠?
▷ 티에리 로로 : 퀸 엘리자베스 대회는 1937년부터 열렸던 대회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굉장히 저명한 아티스트들이 이 대회를 통해 태어났고요. 퀸 엘리자베스가 만든 대회이기는 하지만 영국의 퀸 엘리자베스가 아니라 벨기에의 퀸 엘리자베스여서 이제 그런 부분은 오해를 좀 안 하셨으면 좋겠습니다.
▶ 김어준 : 자, 알겠습니다. 거기서 이제 수많은 참가자들을 보셨는데 어느 순간 ‘K클래식 제너레이션’이라고 하는 한국에서 온 클래식 연주자들을 따로 주제로 삼아서 다큐멘터리를 만들어야 되겠다고 생각하신 이유가 뭡니까?
▷ 티에리 로로 : 사실 2011년에 처음으로 한국 음악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제작을 했는데요. 바로 ‘한국 음악의 비밀’이라는 다큐멘터리였습니다. 2019년에 열렸던 대회에서 참가자의 30%가 한국인이었고요. 최종 진출자 12명 중에 5명이 한국인이었습니다. 그런데 아무도 이 사람들을 인터뷰를 하면서 ‘왜 이렇게 한국이란 나라에서 최종 진출자들이 많이 나왔는가’ 이런 의문점을 가지고 있었어요. 그래서 제가 그랬죠. 그러면 제가 제 팀을 데리고 한국을 가겠다, 한국 가서 알아보겠다고 해서 그렇게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기 시작했습니다.
▶ 김어준 : 그러니까 전 세계로부터 참가자가 오는데 참가자의 30%가 한국인이고 그중에 심지어 파이널리스트는 12명 중에 5명이 한국인이니까 40%가 넘는 건데 왜 이렇게 한국 사람들이 클래식을 잘하느냐 아무도 묻지 않았기 때문에 본인이 한국에 가서 그 비밀을 밝혀 보려고 다큐를 제작을 하신 것이다. 그래서 다큐를 제작해 봤더니 그 비밀이 풀렸습니까?
▷ 티에리 로로 : 많은 이유를 발견을 했는데요. 우선 첫 번째로 말씀을 드리자면 1993년 한예종의 설립이 큰 기여를 했다고 생각을 합니다. 음악을 한 모든 학생들이나 유럽이나 미국에서 이미 커리어를 펼쳤던 선생님들이 와서 오로지 학생들이 한 악기에만 집중을 할 수 있도록 한 이런 교육 시스템이 큰 기여를 했다고 생각을 하고요. 물론 서울대학교에서 음악을 공부한 분들도 있기는 하지만요. 이곳에서 하루에 8시간이라도 그냥 본인의 악기만을 연주하고 연습할 수 있는 기회와 공간이 생겼기 때문이라고 우선적으로 생각을 하고요.
▶ 김어준 : 첫 번째는 한예종의 탄생. 그리고요?
▷ 티에리 로로 : 그리고 두 번째 주요 비밀, 밝혀낸 비밀은 한예종, 한국예술종합학교 내에 영재 교육원이 있습니다. 아이들이 한 9살부터 11살까지 정말 어린아이들이 어릴 때부터 음악에 두각을 나타내는 아이들을 교육을 하면서 모든 것을 무료로, 악기도 레슨도 무료로 지원을 해 주는 학교인데요. 실제로 올해 굉장히 유명한 여러 국제 콩쿠르 대회에서 4명의 콩쿠르 진출한 한국 음악가들이 있었는데요. 다 이 영재 교육원 출신의 연주가들이었습니다.
▶ 김어준 : 오케이. 그런 예술 기관이 있고 그 기관 내에 또 영재 발굴 프로그램이 있고. 또 뭐가 있습니까?
▷ 티에리 로로 : 한국의 경제적인 상황도 빼놓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1990년대에 경제 발전이 이루어지면서 부모들이 아이의 사교육에 조금 더 집중을 할 수 있고 어머니는 조금 더 아이가 음악에 집중을 할 수 있도록 지원을 해 주고 또 이제 경제 활동을 하시는 가족의 다른 분께서는 또 경제 활동을 계속 지원을 할 수 있는 상황이 되면서 어떻게 보면 아이의 프로젝트가 가족의 프로젝트, 단순히 아이가 악기를 배우는 것이 혼자만의 일이 아니라 모든 가족들이 함께하는 어떤 문화가 자리 잡은 것 같아요. 그래서 그런 부분도 빼놓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 김어준 : 그 말씀 하시니까 제가 궁금한 게 생기는데, 아이의 성공이 가족의 성공을 의미하고 그리고 부모의 희생이 뒷받침되고 그래서 패밀리 비즈니스가 되고. 유럽도 이렇습니까?
▷ 티에리 로로 : 유럽은 교육 시스템이 다르기 때문에 한국과는 완전히 다릅니다. 아이들은 오후 5시에 학교를 떠나야 되는 상황인데요. 그러다 보니까 한국 아이들처럼 이 전에 낮 시간에 음악을 배우거나 사교육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아예 없습니다. 사고의 차이도 조금 있다고 생각을 합니다. 한국의 경우에는 어릴 때 아이들이 습득력이 더 좋다고 생각을 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아서 18세 이전까지 최대한 많은 것들을 가르치려고 하고 또 배우게끔 하는 그런 사고가 있다면 유럽의 경우에는 완전히 반대입니다. 8세 이전까지는 독창성, 창의력, 혼자만의 자아 이런 것들을 스스로 개발을 하는 걸 더 중점으로 두기 때문에 그런 면에서는 굉장히 반대라고 생각을 합니다, 한국과 유럽이.
▶ 김어준 : 그건 이제 한국 사람들이 어릴 때 습득력이 좋으니까 어릴 때 집중 교육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게 아니고 어른이 됐을 때 경쟁에서 도태될까 봐 어릴 때 집중적으로 교육하는 거라고 바로 잡아 주세요.
▷ 티에리 로로 : 또 한 가지 추가적으로 더해서 이야기하고 싶은 게, 국제적인 콩쿠르 대회에서, 세계적인 콩쿠르 대회에서 한국 수상자들이 많이 나오다 보니까 이게 또 아이들에게 영감을 주는 것도 있다고 생각을 한다는 겁니다. 유럽에서 콩쿠르 대회에서 수상을 하는 것과 한국에서 같은 콩쿠르 대회인데 수상을 했던 그런 임팩트가 아이들한테 주는 임팩트가 더 크다고 말씀을 하시는 거죠.
▶ 김어준 : 그렇죠. 그렇게 롤 모델이 제시되고 롤 모델이 제시된다는 건 목표치가 생겼다는 거거든요. 우리는 또 목표가 생기면 1등을 또 해야 돼요, 우리나라 사람들이. 그건 어쩔 수가 없어요. 이런 경쟁주의에서 자라기도 했지만 1등을 해서 자신의 존재 증명을 해야 그 경쟁 속에서 증명서를 받는 것이기 때문에 그런 문화도 여기에 결부돼 있을 것이다.
▷ 티에리 로로 : 한국 클래식 문화에 대해서 좋게 보고 있는 것 중 하나도 이런 한국의 콩쿠르 대회 같은 걸 가다 보면 대부분의 관객들이 30살, 40살 이하 밑이라는 것, 그러니까 젊은 관객들이 많다는 거죠. 그런데 유럽의 경우에는 콩쿠르 대회나 이런 연주회를 가면 50~60세 이상의 사람들이 대부분이라는 겁니다. 그러다 보니까 젊은 아티스트나 이런 뮤지션들이 주는 영감이라든지 이런 게 또 이러한 문화로 이어지는 것 같아서 한국의 그 점은 굉장히 높이 산다고 평가합니다.
▶ 김어준 : 그러니까 유럽의 클래식 관계자들이 보기에는 유럽의 클래식은 이제 늙어 가고 있고 한국은 젊은 세대가 그걸 즐긴다. 그건 이런 점도 있는 것 같아요. 하나는 콩쿠르에서 우승한 사람들이 젊은 세대에 하나의 성공 모델로 제시가 되는 거지. 플러스 동양인이 좀 젊어 보여요.
▷ 티에리 로로 : 정확히 보셨습니다. 유럽의 클래식 세계는 한국의 클래식으로부터 영감을 받는다고 생각을 합니다. 한국의 클래식 음악가들은 굉장히 표현력이 강하고 독창적으로 클래식 세계에 새로운 에너지를 불어넣고 있는데요. 그래서 이러한 점들을 한국의 클래식 문화에서 배울 점이 많다고 생각을 합니다.
▶ 김어준 : 벨기에에서 열리는 퀸 엘리자베스 대회에 한국 연주자들이 많이 와서 좋은 성적을 내는 건 잘 알겠어요. 그런데 이 콩쿠르가 전 세계에 많이 있지 않습니까? 다른 콩쿠르에서도 한국 클래식 연주자들이 그만한 성과를 내고 있습니까? 클래식계를 잘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서 설명을 좀 해 주세요.
▷ 티에리 로로 : 네, 맞습니다. 말씀하신 부분이 제가 ‘K클래식 제너레이션’을 제작을 하게 된 이유이기도 한데요. 2014년에 갑자기 한국인 예술가들이, 많은 콩쿠르에서 입상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총 4개 정도의 저명한 대회들에서 한국인들이 갑자기 수상을 많이 하다 보니까. 2009년에는 참가자들이 30%가 한국인이라고 말씀을 드렸는데 2014년에 갑자기 수상을 많이 하게 되면서 이것에 대한 이유는 무엇인가, 갑자기 왜 이렇게 수상자들이 많이 나오기 시작한가에 대한 궁금증을 가지고 바로 ‘K클래식 제너레이션’을 제작을 하게 된 겁니다.
▶ 김어준 : 그러면 앞에 말씀하신 한예종의 탄생, 영재 교육 그리고 이제 가족들의 지원 또는 일등주의 이런 건 일반론이란 말이죠. 이건 이전부터 있었어요. 그런데 2014년을 기점으로 해서 폭발적으로 참가가 아니라 우승자가 많이 나온 이유는 뭡니까?
▷ 티에리 로로 : 영화에 보시면 나오기도 하는데요. 한예종의 김대진 총장이 한번 국제적인 콩쿠르 대회에서 4명의 한국인들이 연주하는 모습을 보셨대요. 그러고 나서는 이 생각을 했다고 합니다. ‘이 4명이 다 같은 방식으로 연주를 하고 있다, 독창성이 없다’라는 걸 생각을 하고 그렇다면 교육의 접근법을 바꿔야겠구나, 가르침의 방식을 바꿔야겠다는 생각을 하셨대요. 이 학생의 몸과 정신을 들여다봐서 어떠한 점들을, 어떠한 감정들을 이 학생으로부터 끌어낼 수 있는가, 어떻게 하면 연주에 이 학생만의 독창성을 부여를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 감정을 살리는 걸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게 되면서 교육의 방식이 좀 달라지지 않았나라고 생각을 합니다.
▶ 김어준 : 굉장히 중요한 포인트네요. 그러니까 80명 중에 30%가 결선까지는 진출했지만 우승은 못 하던 세대가 어느 순간 우승자가 막 등장하기 시작했는데 그게 한예종의 교육 방식의 변화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 교육 방식의 변화는 각자 고유한 오리지널리티를 찾아 주는 교육으로. 그 변화가 결정적이었고 그게 지금 한국 K클래식의 부흥을 이끌고 있고. 그럼 실제 유럽에 있는 많은 오케스트라 혹은 다양한 방식으로 한국의 연주자들이 활동을 하고 있습니까?
▷ 티에리 로로 : 네, 그렇습니다. 실제로 한국인 수상자들이 많이 나오다 보니까 전 세계적으로 인정을 받고 있기도 하고 또 벨기에의 경우에는 많은 한국 아티스트들이 오케스트라나 챔버나 솔로이스트로서 일을 하고 있기도 합니다. 또 벨기에서도 콘서트들이 많이 K클래식 연주자들을 중심으로 한 콘서트들이 많이 열리고 있습니다. 물론 한국해외문화홍보원 등의 도움을 받기도 하지만 또 전 세계적으로 한류의 돌풍이 불면서 K클래식 콘서트들이 또 이러한 지원을 받고 있는 부분도 있는 것 같습니다.
▶ 김어준 : 한류 말씀하셨으니까 지금 클래식계에 계시긴 하지만 케이팝의 성공 요인은 어떻게 이해하십니까? 이건 좀 다를 것 같은데.
▷ 티에리 로로 : 완벽함을 추구하기 때문에 사람들이 많이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에너지가 넘치고 굉장히 역동적인 그런 느낌을 영상들을 보면 볼 수 있기 때문에 젊은 친구들 사이에서는 인기가 많은 것 같지만 그 위로 올라가면 사실 그렇게 좋아하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아마 클래식을 좋아하시는 분들은 그다지 케이팝을 좋아하지 않을 것 같은
▶ 김어준 : 케이팝은 잘 모르시는구나. 자, 클래식으로 다시 넘어오겠습니다.
▶ 김어준 : 이 다큐는 한국에서 상영됩니까?
▷ 티에리 로로 : 아트나인과 메가박스 코엑스에서 8월 31일부터 상영이 됩니다.
▶ 김어준 : 알겠습니다. 오늘 말씀 잘 들었고요. 그러니까 예술극장에서 작게 다큐다 보니까 상영하는 것 같은데. 마지막으로 이 K클래식에 대해서 하고 싶은 말 있으시다면?
▷ 티에리 로로 : 이 두 작품을 제작할 수 있어서 정말 기쁜 마음입니다. 저의 작품들을 통해서 유럽인들이 한국인들의 정신, 한국 음악가들의 정신에 대해서 더 깊이 이해하고 알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고 생각을 해요. 단순히 제 작품들은 한국 음악과 클래식 세계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한국인들 그리고 음악가들이 살아가는 방식, 그들 가족이 살아가는 방식을 그린 작품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임지영 씨 가족을 인터뷰를 했는데요. 가족들이 모두 울더라고요. 그때 느꼈어요. ‘이건 음악가나 연주가의 꿈뿐만이 아니라 가족들의 꿈이기도 하다’ 한국인 가족들이 자녀들이나 어떤 이런 자식들을 서포트하기 위해서 들이는 희생과 노력 등을 담을 수 있어서 좋았고, 또 한 가지 말씀드리고 싶은 건 제 작품들을 통해서 한국 대중들 또한 K클래식을 잘 알지 못하는 한국 대중들도 제 작품을 보고 K클래식이 세계적으로 인정을 받고 있구나. 얼마나 대단한지를 보여 줄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을 해서 기쁘게 생각합니다.
▶ 김어준 : 알겠습니다. 오늘 말씀 잘 들었고요. 한국에 자주 오신다고 하니까 세 번째 프로그램 만들 때도 뉴스 공장이 살아 있다면 뉴스공장에 나오시는 것으로, 다른 데 안 가고. 그거 이제 오늘 약속하고 가시면 되겠습니다.
▷ 티에리 로로 : 세 번째 작품을 준비 중에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음악에 관한 작품은 아닌데요. 약속을 드릴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 김어준 : 그러니까요. 그때까지 뉴스공장이 있어야 되는데. 오늘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지금까지 벨기에 클래식 음악 전문 프로듀서이자 다큐멘터리 감독 티에리 로로 씨였습니다. 감사합니다.
▷ 티에리 로로 : 감사합니다.
▶ 김어준 : 그리고 통역에는?
◑ 통역 : 최규연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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