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만 인터뷰] -전화연결
이태원 참사.. 진정한 애도의 과정은?
- 김태형 심리학자 (사회심리연구소 '함께' 소장)
▶ 김어준 : 155명 생명이 너무 허망하게 희생됐는데요. 정부는 직후부터 국가 애도 기간을 정했습니다. 이 애도 짚어 보겠습니다. 심리학자 김태형 소장이 전화 연결돼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소장님.
▷ 김태형 : 네, 안녕하십니까.
▶ 김어준 : 애도 기간을 지정했던 적은 있습니다만 사고가 나자마자 애도 기간을 정한 건 처음 있는 것 같은데, 국가가 5일간 애도 기간을 정해 둔 것이 국민들 심리 안정에 도움이 될까요?
▷ 김태형 : 전혀 저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예전에 한 번 천안함 사건이 발생한 뒤 한 달 뒤에 애도 기간 정한 적이 딱 한 번 있었죠. 예전에 세월호 때는 애도 기간을 정하지 않았습니다, 그때는. 그리고 왜 그러느냐 하면 그 당시에는 논란이 많았기 때문에. 그 사고에 대해서 진상 규명도 안 됐고. 그 상태에서 애도 기간 정하기는 힘들었겠죠. 그런데 이번에는 사고가 발생하고 어떤 조사나 진상이 전혀 규명되지 않은 상태에서 국가가 바로 5일간의 애도 기간을 설정했거든요. 이거는 납득하기 어려운 조치고 상식적이지도 않죠. 국민들 입장에서는 애도를 하려면 사태를 알아야 애도도 되고 이럴 텐데, 자발적으로. 이걸 국가가 5일간 정해 놓고 애도를 하라, 그 기간 동안은 가만히 좀 있어라, 우리가 대책 좀 세우겠다, 그런 의도로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시간을 끌겠다는 의도. 한 5일 정도라도.
▶ 김어준 : 또 일부에서는 희생자와 유가족을 위해서는 애도가 먼저여야 한다, 그런 이야기도 하는데.
▷ 김태형 : 네, 그거는 제가 볼 때는 정말 무지에서 나오는 주장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의도를 배제한다면. 왜 그러냐 하면 애도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소중한 사람을 상실한 슬픔을 표현하고 해소하면서 심리적 안정을 회복하고 망자와 진정한 이별을 할 수 있게 해 주는 그런 겁니다.
▶ 김어준 : 그렇죠.
▷ 김태형 : 심리학적으로 애도의 기능이라는 것은 상실의 고통을 극복하게 해 주고 이별을 받아들이게 해 주는 건데요. 이 애도가 가능하려면 죽음에 대한 진상을 알아야 해요. 즉 팩트나 진실이 있어야 됩니다. 예를 들면 가족 중에 하나가 외출했다가 갑자기 죽었어요. 그런데 왜 어떻게 죽었는지 몰라요 그럼 어떻게 애도가 가능할까요? 일단 그걸 밝혀야 되는 거죠. 어떻게 사망했는지. 그냥 자연사했는지 아니면 어떤 사고로 죽었는지 누구한테 살인을 당한 건지 이걸 알아야 애도가 시작되거든요.
▶ 김어준 : 그렇죠.
▷ 김태형 : 네, 그걸 모르면 애도 못 합니다. 죽음이라고 다 똑같은 게 아니죠. 호상도 있고 정말 비극적인 억울한 죽음도 있는 거고. 이건 죽음이니까 일단 죽었으니까 애도를 시작해라. 어떻게 애도가 됩니까? 애도 못 합니다. 정확하게 왜 죽었는지를 알아야 그 내용을 가지고 애도가 시작되는 거거든요. 감정 해소가 시작돼요. 그런데 지금 이 사태가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고 국가적 책임 이런 것도 규명되지 않았기 때문에 사람들이 그냥 슬퍼하는 것이 불가능하죠, 지금은. 진상을 알고 정말 왜 애들이 이렇게 죽었어야 했느냐, 길에서. 이게 밝혀져야 애도가 본격적으로 시작될 수 있습니다.
▶ 김어준 : 알겠습니다. 그러니까 유가족도 그렇지만 심리적인 납득이 돼야 비로소 제대로 된 애도가 된다는 말씀이시네요, 요약하자면.
▷ 김태형 : 그렇죠. 뭔가 명확하게 알아야 그거에 기초해서 감정이 해소가 되는 거지 내용을 모르면 감정 해소가 안 돼요. 뭉쳐 있어요.
▶ 김어준 : 세월호 유가족들이 그렇게 오랫동안 진상 규명을 요구했던 것도 말씀하신 그런 이유였죠. 마음속에서 떠나보내지 못했던 것 아닙니까?
▷ 김태형 : 맞습니다. 바로 그거죠. 세월호 유족들이 진상 규명을 계속 요구했던 것은 아직 명확하지가 않기 때문에 마음속 감정이 빠져나가지 못하는 거고, 감정 해소가 안 되는 거고. 그러니까 아이들과 이별이 안 되는 거예요. 마음속에서 사람은 이별하려고 애도를 하는 거거든요. 보내 주려고. 그런데 못 보내는 거죠. 저는 아직도 세월호 유족들은 아이들을 떠나보내지 못하고 있다고 보고요. 이번 사건이 터지면서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세월호를 다시 떠올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쉽게 이야기하면 우리 한국 사람들, 국민들도 대부분이 아직 세월호 애도가 안 끝난 거예요. 마음속에서 아이들이 아직 떠나지 않은 것이고.
▶ 김어준 : 알겠습니다.
▷ 김태형 : 그래서 세월호 관련 노래가 나오면서 막 울고 그러거든요, 사람들이. 이번 사건을 겪으면서. 애도를 하려면 진상 규명이 반드시 필수적으로 전제되어야 한다는 이야기죠.
▶ 김어준 : 한 가지만 더 심리학자 입장에서 의견 부탁드립니다. 지금 죽음을 정치에 이용하지 말라, 이런 식의 주문이 꽤 많이 등장하지 않습니까? 이 대목은 어떻게 보십니까?
▷ 김태형 : 우리가 국가 행사 같은 거 할 때 순국선열에 대한 묵념을 합니다. 이게 정치를 이용하는 건가요, 이게? 죽은 선열들을 정치에 이용하는 건 아니지 않습니까, 이건? 그러니까 정치에 이용한다는 말은, 죽음을 이용한다는 말은 정확하게 해석하면 정치에 이용한다기보다는 자기 당파의 이익을 위해서 이 죽음을 어떻게 조작하거나 이용하거나 도구화하는 걸 경계하는 말이라고 저는 생각하거든요. 그걸 안 하면 되는 거지 죽음과 정치는 뗄 수가 없지 않습니까?
▶ 김어준 : 절대 뗄 수 없죠.
▷ 김태형 : 절대 뗄 수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정말 정당한 정치를 위해서는 죽음의 문제를 반드시 다뤄야 하고 그걸 규명해야 되고 필요하다면 계속 추모도 해야 되는 겁니다. 이거는 정치가 죽음을 이용하는 거랑은 전혀 상관없는 문제죠. 국민을 위한 정치를 제대로 하고 정말 제대로 정치를 한다면 죽음의 문제를 오히려 피하지 말고 이번 사고를 참사를 명확하게 규명하고 책임자를 처벌하고 이렇게 해야 이용을 못 하게 되는 것이지 이걸 묻어 두면 그거야말로, 뭐랄까요? 자기 당파의 이익 혹은 집권 세력의 이익을 위해서 이용하는 거죠, 죽음을. 그래서 저는 이 말을 하는 사람들의 입장은 제가 볼 때는 이거 파헤치지 마라, 건드리지 마라, 이렇게 그냥 단순한 죽음인데 왜 자꾸 그러냐, 이렇게 이야기하는 것 같거든요. 죽음은 단순한 죽음도 있을 수 있지만 정치에 의해서 죽는 죽음도 많이 있죠. 반드시 정치가 해결해야 할 죽음들이 있고.
▶ 김어준 : 알겠습니다. 소장님, 오늘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김태형 : 네, 수고하세요.
▶ 김어준 : 심리학자 김태형 소장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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