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제4공장] -전화연결
끝나지 않은 트라우마..
세월호 참사 유가족이 정부당국에 전하는 제언
- 유경근 전 집행위원장 (4.16 세월호참사 가족협의회)
▶ 김어준 : 이번에는 전 4.16 세월호참사 유경근 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 전화 연결해 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위원장님.
▷ 유경근 : 네, 안녕하십니까.
▶ 김어준 : 네, 오랜만입니다.
▷ 유경근 : 네.
▶ 김어준 : 이런 사고로 다시 연락하게 될 줄은 제가 몰랐는데. 세월호 참사를 겪은 유가족으로 이 이태원 참사를 바라보는 심경이 굉장히 남다르실 것 같습니다.
▷ 유경근 : 네, 저뿐만이 아니라 지금 다른 모든 가족들도 사실 같은 마음인데요. 저도 이 일요일 새벽에 이 소식 듣고서 좀 많이 놀랐고 특히 저희들이 8년 넘게 싸웠던 이유가 우리 아이들의 친구들은 다시는 이런 일 겪지 말게 하자는 거였는데 결과적으로 이태원 참사를 보면서 저희가 참 많이 모자랐구나 하는 자괴감도 들고, 그러다 보니까 유가족분들께 너무나 죄송한 마음밖에 안 들고. 특히 반응을 보니까 물론 진심으로 애도하고 추모하는 반응도 많이 있지만 또 한편에서는 저희들이 겪었던 그런 말도 안 되는 조롱 이런 것들도 있는 걸 보면서 지금 이태원 참사 유가족분들께서 얼마나 힘들고 외로우신가라는 생각도 들고 저희 경험도 떠오르고 그러면서 며칠 동안 저희 가족들이 다들 제정신이 아닙니다.
▶ 김어준 : 트라우마가 다시 되살아날 것 같은데. 그러다 보니까 이태원 참사 트라우마 관련해서 말씀하고 싶은, 그러니까 제언이 있다고 하셔서 저희가 연결했는데 어떤 제언을 하시고 싶으십니까?
▷ 유경근 : 사실 세월호 참사 이전에는 우리가 트라우마에 대해서 잘 몰랐었죠. 그런데 세월호 참사를 겪으면서 물론 피해자들의 트라우마도 심각하지만 참사를 직접 목격했고 또 그 참사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수많은 분들이 같이했는데 그분들이 지금까지 겪고 있는 트라우마가 굉장히 심각하거든요. 그래서 이제 우리 사회에서도 전문가들이 또 심지어는 정부에서도 트라우마에 대해서 관심을 갖기 시작을 했고 그래서 지금까지 정말 많은 시도들을 저희들과 함께 하고 있고 또 일부 성과도 없지 않아 있고 그렇습니다. 그런데 이런 이태원 참사의 성격을 보면서 저희들이 겪었던 또 세월호 참사를 지켜봤던 많은 시민들, 자원봉사자들, 잠수사들, 공무원들, 이런 분들이 겪었던 그런 트라우마를 볼 때 참 비슷하겠다. 그러면 결국 우리 사회가 세월호 참사를 통해서 한번 겪어 봤으니 지난 8년이 넘는 시간 동안 우리가 함께 고민하고 시도해 봤던 여러 가지 트라우마 관리를 위한 방법들, 방향들, 이런 것들을 묵히지 말고 이태원 참사에 그대로 적용을 해 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어요.
▶ 김어준 : 자, 우선 제가 궁금한 게 있는데 좀 구체적으로, 그러니까 지금 말씀은 유가족만 트라우마가 있는 게 아니라 목격자들, 거기 봉사하신 분들, 관련한 공무원들. 우리가 생각 못 했던 관련한 많은 분들이 다 트라우마를 겪는다고 하셨는데 우선 유가족들. 지금 아직 유가족들이 언론에 노출되고 있지는 않고 있는데 유가족들이 굉장히 황망한 상황인데, 도대체 누구에게 책임을 물어야 하는지, 어떻게 자녀를 떠나보내야 하는지 유가족들이 굉장히 황망한 상황일 텐데 처음으로 정부가 유가족들을 배려해야 하는 대목이 뭡니까?
▷ 유경근 : 네, 가장 먼저 해야 될 건 유가족분들, 피해자들이 한 곳에 편안하게 모일 수 있는 공간이 가장 먼저 필요합니다. 각자 이렇게 막 흩어져서 있게 해서 그래서 혼자 이 고통과 어려움을 혼자 견뎌내도록 강요하는 게 아니고 함께 모일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드려야 하고요. 그리고 그곳에서 유가족들을 비롯한 피해자들이 자유롭게 자기들의 생각을 이야기하고 같은 아픔을 겪은 사람들끼리 서로 마음을 나누고 그러면서 먼저 떠나보내는 데 가족들과 자녀들을 위해서 우리가 무엇을 할까를 같이 이야기할 수 있도록 그런 자리를 보장을 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렇게 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들을 지원을 해야 하고요. 거기서부터 유가족들을 비롯한 피해자들의 트라우마의 관리가 시작이 되는 거고요. 그러지 않으면 지금 이분들의 상태는 뭐냐 하면 정말 속에서 끓고 있는 게 있고 말하고 싶은 게 있고 요구하고 싶은 게 있고 울고 싶은 게 있는데 이걸 못 하고 계세요. 자칫 내가 말 한마디 잘못하면, 내가 잘못 소리치면 혹시 우리 아이들한테, 떠나보낸 가족들한테 누가 되지 않을까, 사람들이 더 이상하게 다른 이야기를 해서 마음이 더 아프지 않을까, 이런 걱정 때문에 정말 속으로 다 삭이고 계실 거거든요. 이게 정말 큰 병이 됩니다. 그것을 처음부터 막아내야만 이후에 정부 입장에서도 수습하는 과정에서 정말 큰 도움이 될 거고요. 그 과정을 바라보는 시민들도 겪어야 될 그 트라우마도 아마 굉장히 순화가 되고 좀 나아질 수 있을 겁니다.
▶ 김어준 : 그러니까 이제 정부 차원에서는 이게 더 커지지 않게 하려고 유가족들을 따로따로 하나로 뭉쳐져 있지 않고 따로따로 관리하고 싶은 유혹을 느낄 텐데 그러면 절대 안 되고 최대한 안정적으로 모일 공간을 제공하고 거기서 서로서로 의지하고 서로서로 위로할 수 있도록 해 줘야 한다는 것이고. 그렇죠?
▷ 유경근 : 네, 그렇게 안 하면 아마 정부는 어떻게든 이것을 무마하고 축소하고 빨리 끝내고 싶은 마음이 당연히 들 텐데 절대 그렇게 안 될 겁니다. 이미 우리 사회가 경험을 해 봤지 않습니까? 경험을 해 봤으면 배워야죠. 어떻게 하는 것이 가장 빨리 그리고 모두가 다 만족하면서 이를 해결하고 해석할 수 있을지 이미 우리가 배웠는데 그걸 따라가야죠.
▶ 김어준 : 그리고 이제 그 말씀 하시니까 또 생각나는 것이 지금 정부 차원에서는 굉장히 신속하게 분향소를 설치하고 특히 거기다가 위패나 영정은 생략하라고 정부가 지정을 해 버리고 유가족들이 아직 마음을 다 추수지도 않았는데 막 분향소가 설치되고 거기 위패도 없고 영정도 없고 리본은 글씨를 쓰면 안 된다, 이런 지시들이 계속 내려오지 않습니까? 이런 게 유가족들한테 큰 상처가 되지 않나요?
▷ 유경근 : 이거는 말도 안 되는 일이고요. 물론 전제가 있습니다. 지금 서울시나 용산구나 아니면 정부에서 시행하는 이런 지침들이 만일 사전에 유가족분들의 동의를 다 얻은 사안이라고 하면 문제가 안 되죠. 유가족들이 이렇게 원한다고 했으니까. 그런데 적어도 제가 알기로는 그러지는 않은 것 같아요.
▶ 김어준 : 바로 다음 날 분향소를 유가족들 전체가 ‘위패나 사진 없이 해도 됩니다’ 이렇게 백몇십 명이 의견을 모았다는 건 말이 안 되잖아요.
▷ 유경근 : 예, 그러니까 분향소의 목적은 희생당하신 분들은 우리가 진심으로 애도하고 추모하고 그리고 죄송한 마음도 전하고 그렇게 하기 위한 그런 공간이고 장치인데 이것은 당연히 유가족들의 뜻에 따라서 유가족들이 원하는 방향에 맞춰서 해야 하는 거죠.
▶ 김어준 : 너무 당연한 것 같은데.
▷ 유경근 : 이거 지금 진행하고 있는 것은 오히려 불을 더 크게 만드는 거고 피해자분들의 화를 더 돋우는 일이고 시민들의 반발을 불러일으키는 일이고 결국 결과는 어떻게 되겠습니까?
▶ 김어준 : 이게 어떻게든 빨리 무마하려고 하는 게 이제 정부의 의도인 것 같은데. 자, 공간을 지원해야 되고 그리고 만약에 어떤 수습 과정을 결정할 거면 반드시 유가족, 피해자와 협의를 하라, 이런 말씀이시기도 한 거죠?
▷ 유경근 : 네, 그럼요. 수습 과정의 모든 내용은 유가족을 중심으로 한 피해자들과 사전에 협의를 해야 됩니다. 결정해 놓고 먼저 통보하는 게 아니고요. 사전에 협의를 해서 그 협의 과정에서 나온 합의된 결론을 유가족들에게 공식적으로 설명하고 그러고 나서 외부에, 언론을 비롯한 외부에 알리는 게 순서입니다. 이러한 순서는 지난 문재인 정부 때 청와대에 여기 관심 있는 몇몇 분들이 이러한 과정들을 다 모니터링을 했고요. 과연 이런 참사가 일어났을 때 현장에서 피해자들에게 어떠한 프로세스로 접근을 해야 하는가에 대해서 고민들을 많이 하신 적이 있는데 이게 이제 거기까지만 됐고 사실 이제 전혀 실행이 되지 않고 있고 그런 개념조차도 아직 없는 것 같아요.
▶ 김어준 : 자, 그리고 이제 유가족들뿐만 아니라 목격자들, 생존자들도 포함되겠죠. 그리고 이 과정에서 지원했던 혹은 CPR을 했던 시민들도 해당될 것이고, 봉사활동을 하는 분들, 이런 분들이 다 크든 작든 트라우마를 겪게 된다고 말씀하셨잖아요.
▷ 유경근 : 굉장히 심각합니다.
▶ 김어준 : 생각보다.
▷ 유경근 : 예, 특히 저희 세월호 참사 같은 경우에는 실제로 승객들을 바다 밑에서 끄집어내서 가족들에게 돌려주셨던 인근 잠수사분들, 이분들이 겪는 트라우마는 피해자 못지않게 크고요. 실제로 이분들은 그 일들로 인해서 자신들의 생업을 다 잃어버리기까지 했으니까요.
▶ 김어준 : 자살하신 분도 있죠.
▷ 유경근 : 예, 그리고 말도 안 되게 법적인 재판까지 끌려 들어가서 고초를 겪으시는 분들도 계십니다. 그런데 이번 이태원 참사 같은 경우에 제가 볼 때는 현장에서 같이 압사 과정에서 같이 넘어지시거나 그것을 직접 지근거리에서 목격하실 때 시민들이 받았던 충격은 아마 어마어마할 거고요. 특히 그 장면을 보니까 소방대원들을 비롯한 구급대원들이 굉장히 많이들 가셨더라고요. 그리고 정말 급하게 CPR도 하고 조치를 취하려고 하는데 마음대로 되지도 않고 할 수도 없고 그러면서 아마 그분들이 느꼈던 감정은 ‘내가 조금만 더 하면’, ‘조금만 더 일찍 왔으면’ 아니면 ‘조금만 더 많은 사람들이 있었으면’, ‘조금만 상황이 좋았으면 다 살릴 수 있었을 텐데’ 못 살렸다고 하는 그게 그분들은 정말 평생에 큰 고통으로 남아 있을 거고요. 그래서 아마 그 후유증들이 이후에 많이 드러날 겁니다. 이거를 우리가 알아야 돼요. 그리고 그런 분들을 우리가 보살펴야 되고 그분들을 위해서 우리가 뭔가 해야 됩니다. 그러지 않으면 앞으로 단적인 말씀이지만 누가 소방대원 하려고 그러겠습니까? 누가 구급대원을 하려고 하고. 또 하시던 분들도 계속 하실 수 있겠습니까? 그렇게 큰 충격을 받았고 자괴감을 느꼈을 텐데. 이거 우리가 같이 꼭 치유할 수 있도록 도와야 됩니다.
▶ 김어준 : 그래서 안산에 있는 온마음센터나 4.16재단을 통해서도 지금 말씀하신 도움을 받을 수 있죠?
▷ 유경근 : 네, 온마음센터가 처음에는 여러 가지 시행착오를 겪었지만 8년 넘는 시간 동안 저희들하고 같이 여러 가지 일들을 하고 물론 저희들을 케어하는 게 그분들의 목적이죠. 그 과정 속에서 시행착오도 겪었지만 그랬기 때문에 이런 재난 참사의 피해자들을 어떻게 대해야 되고 또 어떤 과정들을 거쳐야 되는지를 너무나 잘 알고 있고 그런 노하우와 그런 경험들이 축적이 돼 있죠. 그리고 4.16재단을 말씀드린 이유는 뭐냐 하면 4.16재단이 세월호 참사 때문에 만들어진 재단이긴 하지만 재단의 목적 가운데에는 세월호 참사뿐만이 아니라 사회적인 모든 재난 참사의 피해자들을 위해서 하시는 일들을 계속 찾아내고 만들고 있고 실제로 그런 분들을 많이 발굴을 해서 같이 케어를 하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까 피해자들과의 어떤 연합이라든가 아니면 연대라든가 이런 것들도 저희들과 함께하고 있고요. 그래서 이런 다양한, 그동안 우리가 하지 못했던 다양한 경험과 노하우들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이것을 이번에 적극적으로 우리 사회가 활용을 한다고 그러면 시행착오를 최대한 줄일 수 있겠다, 이런 생각입니다.
▶ 김어준 : 알겠습니다. 위원장님, 오늘은 여기까지 할 텐데요. 이게 이제 하루 이틀에 끝날 일이 아닌 것 같아서 위원장님의 경험을 다시 여쭙는 일이 또 있을 것 같습니다. 오늘 말씀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유경근 : 네, 고맙습니다.
▶ 김어준 : 유경근 전 4.16 세월호참사 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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