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제5공장]
미얀마 사태, 아세안은 왜 방관하나
"경제와 정치 등 군부와 복잡한 관계"
- 이재현 선임연구위원 (아산정책연구원)
▶ 신장식 : 군부가 쿠데타를 일으킨 미얀마. 아세안이 특사단을 파견했지만 대규모 유혈 사태는 이어지고 있습니다. 무고한 시민들의 안타까운 죽음에도 불구하고 아세안과 유엔 등의 국제사회는 도대체 왜 미얀마 사태에 적극 나서지 않는 걸까. 미얀마 사태는 이대로 고착화되고 마는 것일까. 이재현 아산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모시고 그 답을 찾아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 이재현 : 예, 안녕하십니까.
▶ 신장식 : 미얀마 상황 앞으로 더 심각해질 수 있다, 지금보다도. 이런 예상이 있는데 어떻게 보시나요?
▷ 이재현 : 지금 현재 상황을 놓고 보면 그런 예상이 안타깝지만 현실화되지 않을까 생각이 되는데. 미얀마 군부가 권력을 잡고 있는 건 아직까지는 되게 안정적으로 보이고요. 그리고 그 군부에 대해서 시위를 일으켰던 시민 세력들의 동력이 떨어지고 있는 게 아닌가라는 관찰이 있고, 군부에 대항해서 국민통합정부를 이끌고 있는 사람들이 그럼 과연 군부에 효과적으로 대항을 할 수 있을까? 무장투쟁을 한다는 이야기도 있었는데 과연 할 수 있을까? 그런 데 대한 의문은 자꾸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고요. 통합정부 입장에서는 소수민족 무장투쟁단체와 힘을 합쳐서 하겠다고 그랬는데 소수민족들에서 나오는 반응이 지금으로서는 그다지 긍정적이지 않습니다. 카렌족 같은 경우도 사실상 국민통합정부와 협력하는 것을 거부했다고 봐야 되는 상황이고. 그래서 전반적으로 상황은 우리가 바라는 미얀마의 민주화라는 방향으로 가고 있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 신장식 : 카렌족이 버마족 이외의 소수민족 중에서는 가장 큰….
▷ 이재현 : 가장 큰 집단 중 하나입니다. 사실은 미얀마의 소수민족으로 정부에서 분류하고 있는 소수민족 개수만 135개가 있거든요.
▶ 신장식 : 굉장히 많네요.
▷ 이재현 : 예. 상당히 많은 소수민족들이 있고 그런데 그중에 큰 집단들은 몇 개가 있는데 지금 현재로서는 친족을 제외하고 나머지 소수종족들이 국민통합정부와 힘을 합치겠다고 명시적으로 이야기한 데는 없거든요. 다들 정부군과 교전은 벌이고 있지만 그것이 쿠데타에 반대하는 형식의 교전이 아니라 소수민족의 이익을 확보하겠다, 소수민족의 자율성을 확보하겠다는 차원에서의 교전이라고 해석을 해야 될 것 같습니다.
▶ 신장식 : 쉽지 않네요. 이 부분 그나마 국민통합정부와 소수민족 반군들이 같이 힘을 모아서 무장을 통해서 쿠데타를 일으킨 군부세력과 한번 대결을 해 볼 수 있지 않을까라고 하는 기대들이 있었던 것 같아요. 유혈 사태가 예상되는 안타까운 상황이지만 그나마 그게 현실적인 방법이 아니었는가라는 기대가 좀 있었던 것 같은데. 거의 지금 말씀대로라면,
▷ 이재현 : 말씀하신 대로 소수민족과 NUG, 국민통합정부와 힘을 합쳐서 무력으로 대항하겠다. 사실 무력으로 대항하겠다는 움직임이 버마족 사이에서도 지금 높아지고 있는 건 사실인데, 그런데 그 옵션도 그렇게 바람직하냐. 사실 무장투쟁에 따른 인명 피해라는 걸 생각해 보면 상당히 안타까운 상황인데 그나마도 어렵지 않은가, 지금은.
▶ 신장식 : 그것조차도. 그럼 결국 이렇게 되면 내부적으로 현재 쿠데타 군부를 통제할 수 있는 하드파워는 없다, 내부적으로 거의.
▷ 이재현 : 예, 없다고 봐야죠.
▶ 신장식 : 그러면 외부적으로 국제적인 외교적인 노력, 경제적인 봉쇄 등을 통한 압력, 외교적인 노력과 압력을 통해서 해결할 방안이 있느냐라고 봤을 때 이게 사실 쉽지 않다는 것 우리 독립운동사를 봐도 외교적 압력과 이런 것만으로 쉽지 않다는 게 경험적으로 우리는 알고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세안이 워낙 가까이 있었기 때문에 아세안이 움직이면 되는 것 아니냐. 또 중국이 군부세력의 뒷배를 안 봐 주면 되는 것 아니냐, 이런 예측들을 했어요. 아세안은 지금 어떻게 움직이고 있나요?
▷ 이재현 : 아세안은 어쨌든 국제사회가 미얀마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있으니까 그리고 미얀마는 아세안의 회원국이니까 아세안이 움직이지 않을 수 없는데, 지금 아세안의 움직임을 보면 사실상 국제사회에게 등을 떠밀려서 미얀마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정도.
▶ 신장식 : 억지춘향 정도다.
▷ 이재현 : 예, 맞습니다. 그렇게 봐야 될 것 같아요. 아세안이 가진 문제가 몇 가지가 있는데 첫 번째로는 아세안이 가진 원칙 때문에 회원국의 개별 국가의 내정에 간섭할 방법이 없거든요. 그리고 개별 국가들도 이건 내정 문제라고 이야기를 하면 그 뒤에 숨어서 의견을 안 내는 상황이고요. 그리고 아세안 안의 제도를 봐도 이게 회원국 안에 쿠데타가 일어났든 인권 문제가 있든 이런 상황에서 이렇게 이렇게 이런 절차를 통해서 개입한다는 그런 식의 강제조항 같은 것들이 전혀 없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아세안이 개입하는 데는 상당히 큰 한계가 있고, 특사를 파견하겠다고 특사를 파견해서 조정을 해 보겠다고 이야기했는데 잘 아시겠지만 아세안 정상들이 모여서 미얀마 군사령관을 불러서 같이 이야기를 한 자리에서도 5개항 합의라는 게 나왔습니다. 아세안이 특사를 보내서 대화를 촉진하고. 그런데 미얀마 군사령관은 들어가자마자 언론에 대고 한 이야기가 “미얀마 내부의 상황을 안정시킨 이후에 5개항 합의를 이행하겠다.”
▶ 신장식 : 그렇게 이야기했죠.
▷ 이재현 : 말이 안 되는 이야기거든요.
▶ 신장식 : 일단 내가 권력을 튼튼하게 해 놓고, 반군 다 진압하고 그 이후에 그때 고려해 볼게, 이런 식이죠.
▷ 이재현 : 아무 의미가 없는 거거든요.
▶ 신장식 : 지금 당장 그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서 가졌던 원칙인데 그 원칙은 나중에 적용하겠다, 이렇게 이야기를 해요. 그다음에 사실은 베스트팔렌조약 이후에 주권 국가에 대해서 주권을 침해할 수 있는 행동들은 하지 못하도록 하는 게 국제적인 관례이긴 한데 이를 뛰어넘어서 인권이라든지 이런 문제를 가지고 개입할 수 있는 여지를 늘려 보려고 국제기구들은 하는데, 이게 참 사실은 굉장히 쉽지 않은 문제인 것 같습니다. 미얀마, 아세안의 그러한 배경, 회원국에 대해서 한 번도 경고 등 액션을 취해 본 적 없고, 그것이 원칙이다. 그런데 특별히 미얀마 같은 경우는 아세안 국가 중에서도 특수성이 있다고 하던데요.
▷ 이재현 : 미얀마가 아세안 입장에서는 상당히 골치 아픈 친구 중 하나거든요. 지금 쿠데타 이후의 상황을 봐도 그렇지만 그 이전에 두 번이나 경험이 있었거든요. 1997년에 미얀마를 아세안에 가입시킬 때도 엄청난 논란이 있었고, 2006년에 미얀마가 아세안 의장국을 맡을 때가 됐을 때도 국제사회에서 아세안에 대해서 엄청난 압력이 있었습니다.
▶ 신장식 : 하면 안 된다고 했죠, 군부정권이니까.
▷ 이재현 : 예, 맞습니다. 그리고 이번이 세 번째고. 그런데 그때마다 아세안은 매번 그냥 적당히 문제를 덮어 두고 가는, 봉합하고 가는 식으로 이것들을 해결을 했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이번에 아세안이 보인 스탠스도 그 연장선상에 있는 상황이고요. 또 아세안 안에 있는 개별 국가들, 예를 들면 싱가포르라든지 태국 같은 나라들은 미얀마하고 비즈니스 관계가 상당히 큽니다. 무역도 그렇고 투자도 그렇고. 그렇기 때문에 개별 국가들이 나름대로의 자기 이익을 좇아서 미얀마 문제에 입을 다물고 있는 경향도 좀 있고요.
▶ 신장식 : 그러니까 미얀마는 군산복합체라고 이야기를 해야 되나요? 군부가 경제까지를 다 손에 틀어쥐고 있어서 군과 경제, 정치와 경제를 분리해서 정치적으로는 이런 비판을 하더라도 또는 경제적으로 투 트랙을 가지고 간다는 게 사실은 미얀마에는 통하지 않는 상황인 것 같아요.
▷ 이재현 : 통하지 않죠. 그러니까 미얀마가 군부 통치하에 있을 때는 미얀마와 경제 관계를 맺고 있다는 건 결국 군부와 경제 관계를 맺고 있다는 이야기가 되거든요.
▶ 신장식 : 손을 잡는 거다. 결국 그럼 아까도 아세안 처음 들어갈 때 군부와 결국은 싱가포르가 아세안에 미얀마를 들어올 수 있도록 노력을 했다, 이런 건 결과적으로는 군부와 싱가포르가 손을 잡은 거다, 이렇게 결과적으로 해석될 수밖에 없는 것 아닙니까?
▷ 이재현 : 결국 따라가다 보면 그렇게 되는 거죠, 이야기가.
▶ 신장식 : 네. 정경 분리 원칙이 도대체가 통하지 않는 나라네요.
▷ 이재현 : 이게 미얀마가 1962년부터 군부 통치를 시작을 했고 88년 민주화운동 이후에 잠깐 쉬었다가 2011년까지 계속되고 있는 거거든요. 그러니까 거의 독립하면서 지금까지 군부 통치하에 있었다고 보면 맞고요. 그런 군부 통치하에서 만들어진 군부의 경제 권력, 사회 요소요소에 침투해 있는 그런 상황들을 고려해 보면 어떻게 보면 놀랍지도 않고요. 그리고 군부가 지금 이런 대명천지에 어떻게 쿠데타를 일으키고 국제사회가 바라보고 있는데, 그렇게 많은 분들이 생각하실 수 있는데 군부 입장에서는 여태까지 자기네들이 통치해 왔고 잠깐 민간에게 맡겨 놓은 건데 이게 잘 안 돌아가네? 우리가 다시 들어가야겠네, 라고 생각하는. 그들 군부 입장에서는 자연스러운 일일 수도 있고, 어떻게 보면.
▶ 신장식 : 그렇네요. 계속 중국이 뒷배 아니냐, 이런 이야기가 있었는데요. 아세안의 미온적 조치에도 중국의 영향이 좀 있었던 건가요?
▷ 이재현 : 중국이라는 영향이 아세안의 미온적 조치에 영향을 크게 미쳤다고 보지는 않습니다. 아세안이 원래 하려는 의지가 있어도 할 수 있는 제도가 없기 때문에 그런 게 맞고요. 사실 중국이라는 건 미얀마가 군부가 쿠데타를 일으켜서 권력을 잡았을 때 국제사회나 주변 국가로부터 압력을 받을 수 있는데 그런 압력을 차단해 주는 든든한 지원군이 되죠. 예를 들면 유럽이나 미국에서 미얀마에 대한 경제 지원이나 경제 관계를 끊어 버린다, 경제 제재를 한다고 했을 때 여전히 미얀마는 중국이라는 출구가 있으니까요.
▶ 신장식 : 우리나라가 그전에 부산 벡스코에서 신남방외교 이렇게 이야기를 하면서 굉장히 미얀마 등 아세안 국가들과의 관계에 집중했어요. 유혈 사태가 심각한 현재의 상황에서 우리나라가 어떤 태도,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 게 있을지부터 좀 사실은 궁금하긴 한데.
▷ 이재현 : 사실 유엔이나 한국보다 더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미국이나 이런 나라들이 미얀마 사태에 대해서 할 수 있는 일들이 많지 않다고 했을 때 한국이 할 수 있는 부분도 그렇게 큰 것 같지는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쿠데타가 일어나자마자 한국 정부는 쿠데타에 반대한다, 명확한 입장을 표명을 했고 그런 것들이 국제사회에서 잘 받아들여지고 있는 상황이거든요. 한 가지 우려하는 것은 이런 쿠데타로 인한 집권이 기정사실화가 되면서 한국 정부도 그냥 슬그머니 유야무야 없었던 일로하고 군부와 다시 관계를 만드는 그런 방향으로는 가지 말았으면 좋겠다.
▶ 신장식 : 그러면 우리 국민들이 걱정하시는 게 경제적으로 굉장히 불이익을 받는 것 아니냐, 이런 걱정을 하실 것 같아요.
▷ 이재현 : 단기적으로는 미얀마와 경제 관계에 있어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고 조금 마찰이 있을 수 있겠죠. 그런데 장기적으로 한국이 그러면 그냥 단순하게 돈 몇 푼에 경제적 이익에 따라서 우리의 민주주의라든지 이런 문제들에 대한 신념을 저버리고 그냥 손바닥 뒤집듯이 입장을 바꿔 버리는 그런 나라가 될 거냐. 지금 보면 한국의 민주화, 경제 성장 경험, BTS나 이런 소프트 파워, 이런 것들이 국제사회에서 한국을 상당히 모범적인 국가로 선진국으로 인식하게 만들고 있는데 외교적으로는 그냥 실효에 따라서 돈에 따라서 왔다 갔다 하는 그런 나라가 돼서는 곤란하겠다는 생각입니다.
▶ 신장식 : 아시아 민주주의 국가의 리더로서, 선도국으로서의 국격이 단기적인 경제적 이해관계보다 오히려 장기적으로는 경제적으로나 외교적으로 훨씬 더 큰 효과를 낼 것이다. 이런 입장을 말씀을 해 주신 것 같습니다. 우리 한국 사회가 또 어떻게 품격 있는 외교, 국격을 높이는 외교, 그리고 아시아 민주주의 선도국가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계속해서 지켜보고 행동해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지금까지 이재현 아산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님이셨습니다. 감사합니다.
▷ 이재현 :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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