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제3공장]사전녹음. 일본 시민사회가 보는 윤석열 정부의 ‘강제동원 배상’ 해법은?
▷야노 히데키 / ‘강제동원 문제해결과 과거청산을 위한 공동행동’ 사무국장
김어준 : 일제 강제동원 배상판결 문제 해결을 위한 한일간 협의가 막바지 단계입니다. 그동안 우리 정부가 추진하던 방안에 대해서 강제동원 피해자 측에서는 반대 의사를 분명히 해오고 있습니다. 일본 시민사회에서도 이에 대한 비판 목소리가 있는데 일본 강제동원 문제 해결과 과거청산을 위한 공동행동의 야노 히데키 사무국장 전화 연결해 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국장님.
▷야노히데키 : 안녕하십니까.
김어준 : 우선 한국에서는 일본의 강제동원 문제 해결을 위한 시민 단체가 있다는 것, 자체를 모르시는 분들이 많을 텐데. 우선 사무국장님 본인 소개부터 부탁드리겠습니다.
▷야노히데키 : 저는 야노라고 합니다. 일본에서 1995년부터 일본제철 가마이시제철소에 과거 식민지배 당시 징용공으로 동원되었던 사람들의 유족들이 일본에서 소송을 제기했고 그 지원 활동을 저도 펼쳐왔습니다. 그때 이례로 강제동원 문제 피해자분들의 권리회복 문제 그리고 동원된 사람들의 여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운동을 전개해왔습니다. 이 단체는 2018년 한국 대법원에서 강제동원 이 문제의 판결이 내려진 이후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일본에서 활동해 온 시민단체가 함께 연계해서 결성한 단체입니다.
김어준 : 95년에 처음, 이 활동을 시작하셨으면. 올해 28년째 이 활동을 하고 계신 건데. 다른 질문하기 전에, 선생님께서는 어떻게 이렇게 오랫동안 이 활동을 지속해 오신 겁니까.
▷야노히데키 : 1990년대 초반 한국에서 과거 자신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였다는 발언을 하면서 김학순 님께서 등장하셨습니다. 그 이후 강제동원 강제노동을 해야 했던 사람들도 나와서 일본 법원에 소송을 제기하셨습니다. 이런 사실을 저도 접하면서 일본의 과거 침략 전쟁 그리고 식민지 지배 하에서 일본이 저질렀던 여러 문제들이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 문제를 접하기 전에는 저는 일본 평화운동에 몸담고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원폭 피해자들의 피해 구제, 권리회복 운동을 펼쳐왔는데 일본이 저지른 가해 행위로 인한 피해자들의 문제는 직시하지 않았다는 점을 깨달으면서 반성하게 되었습니다. 1995년 일본 제철 가마이시제철소에 강제 동원되었던 징용공분이 전쟁 말기에 연합군의 함포 사격을 받고 사망한 사례가 있었습니다. 그 유족들이 일본 법원에서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자기 아버지의 미불 임금이라든가 유골을 반환해달라는 취지의 재판을 일으킨 것입니다. 저도 그 과정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김어준 : 지난 1월 16일이죠. 일본 시민사회가 현재 진행되고 있는 한국 그리고 일본 정부 간에 강제동원 해결 방안 관련해서 기자회견을 했어요. 이 기자회견 내용 좀 소개해 주십시오.
▷야노히데키 : 1월 16일에 기자회견을 개최했습니다. ‘피해자 부재로 해결을 볼 수 없다. 징용공 문제로 일본 기업과 정부에 호소한다’라는 제목이었습니다. 한국 정부가 지금 추진하려는 해결 방안으로는 해당 가해 기업인 일본 제철과 미쓰비시 중공업이 사죄도 하지 않고 배상금도 지불하지 않는 내용을 담고 있고 대신 한국재단이 이를 대신해 배상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따라서 피해자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내용이라고 보았습니다. 이렇듯 피해자를 방치한 해결은 해결을 포기하는 길로 이어질 것이고 장차 화근을 남긴다고 저희는 주장하였습니다. 기자회견에서 나가사와 케이 작가께서는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징용공 문제 자체는 과거의 문제다. 다만 사죄에 할 것인가, 말 것인가는 현재의 문제다. 지금 사죄함으로서 한국과 일본의 관계를 대등한 관계로 재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오카모토 편집국장님은 또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한국 정부는 1998년 김대중 대통령과 오부치 총리 사이에서 교환되었던 한일 파트너십 공동선언으로 돌아가자”고 얘기합니다. 이에 대해서 일본 측은 이렇습니다. 식민지 지배에 대한 사죄나 보상을 하지 않은 1965년에 한일 조약 청구권 협정의 정신으로 돌아가자는 그 입장을 고집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 문제가 되는 것은 식민지배의 여러 문제를 청산하고 피해자들에게 사죄와 배상을 실시하고 후세에 전달함으로써 평화로운 동아시아를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 지금 중요하다는 취지로 발언하셨습니다. 이상이 16일 기자회견의 개요입니다.
김어준 : 기자회견 내용에 한국인으로서는 100% 동의합니다. 동의하는데, 지금 한국 정부는 일본 기업과 일본 정부의 사과와 배상은 기대하기 어려우니까, 한국 피해자들을 설득하겠다. 이런 입장이거든요. 이러한 한국 정부 태도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야노히데키 : 이에 대해서는 제가 일본인으로서 먼저 말씀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1차적으로 문제 삼아야 할 것은 일본 정부의 태도라고 생각합니다. 일본은 한편에서 과거의 식민지배에 대해서 공식 인정 사죄한 무라야마 종리 담화라든가 김대중-오부치 선언 내용이 있습니다. 그런 표명을 했으면서도 한편에서는 일본 식민 지배로 인해서 커다란 고통과 피해를 입었던 피해자의 목소리를 들으려 하지 않고 사죄와 배상을 거부하고 있는 일본 정부, 이 태도를 먼저 문제 삼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일본 정부의 주장은 ILO 권고에도 반합니다. 1999년 3월 ILO는 일본이 과거 전쟁 당시 시행했던 조선인 노무동원에 대해서 ILO의 강제노동금지 조약에 반하는 처사였다고 인정하였고 피해자가 납득할 수 있는 형태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권고한 바 있습니다. 이에 반하는 처사를 일본 정부는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일본 정부는 2018년 한국 대법원 판결에 대해서 국제법 위반이라고 주장한 바 있습니다. 그런데 이에 대해서 한국 정부는 일본 정부야말로 강제노동 금지 조약, ILO 29호 조약에 반한다. 그 반인도적 행위를 저지른 데 대해서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설득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김어준 : 또다시 제가 100% 동의할 수밖에 없는 답변을 해 주시는데, 일본 정부를 비판하셨으니까 저는 윤석열 정부를 비판해보자면, 가해자들이 사과하지 않을 거니까 피해자들을 향해서 내가 돈을 마련해 줄 테니 해결된 셈 치자라고 하는 게 지금. 한국 정부 태도입니다. 여기서 제가 질문이 하나 있는 것이 한국 정부는 강제 동원 문제를 어떻게든 서둘러서 해결을 하려고 하는 태도를 보이고 오히려 일본 정부는 한국 정부가 어떤 답안지를 내느냐. 이렇게 뒤로 물러서서 채점하는 듯이 굉장히 여유 있는 태도를 보이거든요. 이유가 뭐라고 보십니까.
▷야노히데키 : 일본 정부는 1952년에 맺어진 샌프란시스코 조약 아래에서 식민지 지배의 청산을 하지 않고 단순히 영토의 분리, 분할에 따른 한일 간 민사-형사 채무를 정산하고자 했습니다. 이런 시야에 한정해서 한일 청구권 협정을 체결할 수 있었습니다. 한국은 당시 과거 청산보다는 경제 원조를 원했습니다. 그러니 일본 정부는 어떤 의미에서는 한국 정부보다 위에 서서 조약을 체결할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한일 청구권 협정은 일본 외교의 하나의 성공 이야기로 자리 잡고 있고, 일본 정부는 현재도 그 부분에 집착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이 하나의 배경이라고 봅니다. 그리고 또 하나 배경에는 미국의 대 중국 전략이 자리잡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국 미국 일본이 긴밀하게 안보 협력을 강화하자 하는 미국의 의도가 있는 것입니다. 그 때문에 그런 상황 속에서 일본 정부가 한국을 내려다보는 시선을 취하고 있는 배경으로 또 하나 2015년 위안부 합의가 있을지 모르겠다는 생각도 해봅니다. 2015년 합의가 위안부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던 것은 명확한 사실입니다. 다만 일본 정부 입장에서는 ‘정식으로 협상해서 발표한 합의가 왜 이렇게 없는 것으로 치부되어야 하는가?’라는 불신감을 안고 있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김어준 : 지금 말씀하신 분석을 듣다 보니까, 선생님 한국에 와서 시사평론가 하셔야 될 것 같아요. 첫 번째, 일본 정부가 일본의 과거 성공 사례에 집착한다. 이건 뭐 일본 정부 입장에선 당연한 거라 잘했다고 듣다가 왜 그러는지 이해가 가고 두 번째로 미국이 한국과 일본 사이가 좋아야지 대중국 전선에 빈틈이 없을 테니까, 그런 미국 변수에 대한 분석도 동의가 가고 그리고 세 번째로 말씀하신 2015년 잘못된 이 위안부 합의의 후과다. 라고 하는 분석까지도 동의가 가는데, 이제 한국인이 아니시니까. 네 번째 이유를 제가 한번 말씀드려볼 테니까, 앞으로 다른 인터뷰할 때 참조해주세요. 이거 제 분석입니다. 윤석열 정부는 문재인 정부가 한 모든 것을 다 부정하고 잘못했다고 하거든요. 그런데 이제 한일 관계도 문재인 정부가 다 망쳐놨는데, 본인이 그걸 해결했다 하는 모습을 보여주려고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일본에 가서 한일 정상회담을 함으로써 그걸 증거로 보여줘야 하는데, 그걸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일본 정부에서는 그걸 그렇게 원한다면 우리가 요구하는 것도 들어줘야지. 그러니 일본 정부는 여유가 있는 것이고, 그리고 한국 정부는, 일본 정부 앞에 계속 숙제를 제출하듯이 이 정도면 되겠냐고 답안지를 지금 내고 있는 거죠.
▷야노히데키 : 저도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맞다고 생각하고요. 현재 한국 일본 정부 간의 관계는 말씀하신 상황 그대로라고 봅니다.
김어준 : 그러다 보니까 윤석열 대통령은 자신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서 피해자들의 인권, 권리, 오랜 시간의 싸움 그리고 대법원의 판결, 모두 다 무시해 버리는 거죠. 선생님 오늘 인터뷰를 하다 보니까 말이 잘 통합니다.
▷야노히데키 : 감사합니다.
김어준 : 사실 이런 활동은 한국에서도 이렇게 오랜 세월을 하기가 굉장히 힘든데, 일본에서 더군다나 강제 징용 자체를 인정하지 않고 있는 정부 안에서 이런 활동을 이어간다는 게 굉장히 힘들 거라는 건 충분히 짐작이 가거든요. 제가 좀 도와드릴 일은 없습니까.
▷야노히데키 : 저희가 펼치고 있는 운동은 한국의 강제동원 피해자 분들의 권리를 회복하고 존엄을 진정으로 되찾기 위해 펼치고 있는 운동입니다. 요컨대 일본의 과거 어두운 잘못을 바로잡는 것입니다. 일본의 식민지배 책임을 청산하고자 하는 것이고 이는 일본 시민의 과제이자 책임입니다.
김어준 : 시민사회끼리는 도울 수 있잖아요. 그리고 대신 사무국장님은 뉴스 공장 멤버십 가입하시면 되죠.
▷야노히데키 : 알겠습니다. 바로 하겠습니다. 저희 운동도 재정적으로 어렵다면 어렵기는 합니다. 하지만 한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저희 운동에 어떤 분이 500만 엔 후원해 주신 분도 계십니다. 저희에게 기부해주거나 지원해주는 분이 아직도 이 나라에 있습니다. 그러니 그런 분의 동참을 이끌어내면서 일본의 과거 정산 그리고 식민지 유죄의 청산을 계속 도모해 나가고 싶습니다.
김어준 : 자 오늘 인터뷰 여러 가지 면에서 깊이 공감하고요. 그리고 스튜디오에 한번 직접 모시고 싶습니다. 오늘 인터뷰는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일본 강제동원 문제 해결과 과거 청산을 위한 공동 행동의 야노히데키 사무국장이었습니다.
▷야노히데키 : 네. 초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스튜디오에도 한 번 방문하겠습니다.
김어준 : 알겠습니다. 오늘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지금까지 통역에는
▷ 통역 : 강혜정이었습니다.